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 돌입 후 9개월이 지나도록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지난 26일 본입찰이 응찰 0곳으로 마감되며 충청권 핵심 점포인 대전 문화점과 세종 조치원점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매각 절차는 지난 26일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회생법원이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이 없다”고 확인하면서 스토킹호스 무산 이후 기대를 걸었던 일반 경쟁입찰도 성과 없이 종료됐다.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인 12월 29일까진 약 한 달의 여유가 남아 있으나 업계에서는 현 구조에 단독으로 뛰어들 수 있는 원매자는 나타나기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서는 공적 구조조정 기관의 제한적 개입을 통해 불투명한 채무 구조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그 이후 유통 전문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현 상황은 민간 자본만으로는 해법이 제한적이며 공적 기관을 통한 선제적 구조 정리가 논의될 단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위 구조조정 불확실성이 지역 점포 운영에도 직접적인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 문화점은 폐점 보류가 확정된 뒤에도 매장 곳곳에서 고별전 현수막이 걸려 있고 비식품 매장 상당수가 정리 판매를 진행하면서 이용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매장 내부에서는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도 다수였으나 가전·의류·생활용품 구역은 재고 판매로 전환되는 등 내부 구조가 크게 변한 상태다.
문화점을 이용하러 온 한 시민은 “고별전이라는 안내가 이렇게 크게 붙어 있으니 폐점이 맞는 줄 알았고 또 직원들은 폐점이 아니라 해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도 불확실성을 체감하고 있다. 한 직원은 “폐점 여부가 회사에서도 정해지지 않아 직원 모두가 답을 모르는 상황”이라며 “비식품 매장 철수로 매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고 고객 문의도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한 분위기는 홈플러스 문화점 내부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문화점 인근 자영업자들도 문화점 폐점 이후 상권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은 “문화점 유입이 줄면 바로 매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변 상권은 하루하루 불안하다”며 “폐점 보류라고는 하지만 고별전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지역 자영업자들이 방향성을 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홈플러스 조치원점의 상황은 구조조정 압력이 더 직접적으로 반영된 모습이다. 조치원점은 폐점 통보 대상에 포함된 뒤 2층 매장 공실이 빠르게 늘어나며 점포가 사실상 축소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식품관 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의 매장은 철거가 진행되거나 비어 있으며 고객 흐름 역시 과거 대비 크게 줄었다.
조치원점 한 직원은 “폐점 일정이나 이후 배치 계획을 들은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하며 “점포 내부는 이미 비어 가는데 정확한 안내가 없어 직원들도 장기적으로 어떤 조치를 준비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환배치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조치원점은 약 70명의 정규직이 근무 중인데, 본사가 제시한 대체 근무지가 평택 등 원거리 점포일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 이동이 어렵다는 점이 직원들 사이에서 공통된 우려다.
또 다른 직원은 “출퇴근이 불가능한 배치라면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라는 얘기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조치원 상권의 불안 역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조치원읍 상권은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어 점포 폐점 시 생활 편의 기반 붕괴 우려가 크다.
조치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조치원에는 대체할 만한 대형마트가 거의 없어 홈플러스의 변화는 즉각 상권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며 “고객 수가 줄어드는 분위기가 이미 앞당겨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내 구조조정이 이어진 배경에는 지역별 유통환경의 차이도 존재한다.
대전 문화점과 천안 신방점 등은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유통 채널과 근접해 있어 매출 압력이 컸고 조치원점은 인근 지역의 유통 경쟁 압력은 적지만 지속적인 임대료 및 고정비 부담이 누적된 구조라는 점이 지목된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넘는 구조에서는 매각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충청권 사례가 홈플러스 전체 구조조정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유통경제 한 연구자는 “문화점과 조치원점 사례는 회생 절차가 길어질수록 점포가 불안해지고 상권이 위축되는 전형적 사례”라며 “매각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지역경제 타격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적 개입 여부와 관계없이 회생 절차 방향을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불확실성에 따른 지역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