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비전을 재검토 하라
최근 들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1배럴이 158. 9리터, 약 160리터정도 하니까, 리터당 단가가 150원 정도 한다. 마트에서 2리터짜리 생수병 하나가 천원 정도면, 생수 1리터에 500원 정도 한다. 이제 기름값이 생수보다 싼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로 전쟁의 폐허를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나라다. 한강의 기적을 말할 때면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던 나라’가 이렇게 경제적 성장을 일구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젠 기름이 물보다 못한 시대가 왔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더 이상 감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러시아와 함께 석유를 수요보다 훨씬 많이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석유공급이 과다하게 많아졌고, 가격은 급격히 떨어졌다. 물론 우리에게는 좋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 했을까?
그 배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끄는 빈 살만 왕세자의 장기적 비전과 고뇌가 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빠른 과학기술의 발달로는 이제 산유국들이 전과 같이 석유로 돈 벌 수 있는 시대는 20년이 지나지 않아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할 수 있는 한 석유를 뽑아 팔아 가능한 많은 현금을 확보해서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닌텐도가 출시한 ‘동물의 숲’이란 게임을 아는가?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집에 있으면서 전세계적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친 게임이다.
게임 입문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특유의 동물 세계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이 게임을 개발한 프로듀서가 노가미 히사시다. 노가미 프로듀서는 이 게임 개발을 위해 19년간 몰입했다. 보통 신형게임기가 나오면 그 게임기의 수명은 5년이라고 한다.
5년안에 게임 소프트웨어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노가미 프로듀서는 긴 호흡으로 세상을 흔들 게임을 개발한 것이다. 이것은 회사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지원하고 추진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격변의 시대에 보다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없으면 우리는 커다란 변화 앞에 당황하고 어쩔 줄을 몰라한다.
거대한 격변 앞에 기존에 알던 상식, 방법, 가치관이 전혀 먹히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극한 격변의 시대에는 보다 장기적 비전과 보다 근원적인 윤리와 도덕적 가치, 그리고 보다 큰 공익이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인생의 장기적 비전을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조직과 공동체의 비전도 긴 호흡으로 재검토 해야 한다. 이런 비전으로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날 때 격랑의 변화 앞에서도 담담하게 오늘을 흔들림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