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도 ‘이공계 요람’ 영재학교 경쟁률 늘었다
전국 7개 영재학교 경쟁률 소폭 상승… 대전과고는 하락 영재학교→의대 진학률도 1년새 –25.3% 줄어
[충남일보 윤근호 기자]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 경쟁률이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졸업생 중 의약학계열로의 진학률이 줄어든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1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최근 원서 접수를 마감한 2025학년도 전국 8개 영재학교 중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한 7개 학교의 평균 경쟁률은 5.96대 1로 전년(5.86대 1)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그동안 영재학교에서 다수 학생이 의대로 이탈하는 경우가 지적돼왔는데, 의대 모집 정원이 대폭 늘었음에도 이공계열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증가한 것이다.
먼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의 경쟁률이 7.52대 1로 가장 높았으며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7.37대 1), 대구과학고(6.56대 1), 서울과학고(6.18대 1), 광주과학고(5.58대 1), 경기과학고(4.99대 1), 대전과학고(4.09대 1)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중 대전과학고를 비롯한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경기과학고는 경쟁률이 소폭 하락했다. 90명을 모집하는 대전과학고는 지난 2024학년도에 41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4.64대 1이었으나, 최근에는 368명이 지원하면서 경쟁률 4.09대 1로 하락한 것이 확인됐다.
이처럼 영재학교의 총 경쟁률은 늘었으나 전체 학교에서의 상승은 일어나지 않은 만큼, 최상위권 학생들에게서 ‘의대 정원 증원’과 ‘이공계 경쟁률 상승’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엔 억측일 수 있다.
그럼에도 영재학교 졸업생 중 의약학계열로 이탈한 경우까지 줄면서, ‘이공계 요람’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금이 투입되는 영재학교에서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이 늘면서 학교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었으나, 최근 그 수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 3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더불어민주당, 안양만안) 의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24년 2월 졸업) 전국 8개 영재학교에서 의약학계열에 진학한 학생은 62명이었다.
연도별로 진학률을 보면 2021년 62명, 2022년 73명, 2023년 83명으로 증가 추세였으나, 1년만에 큰 폭(-25.3%)이 줄어든 것이다. 대전과학고 역시 2021년 6명, 2022년 10명, 2023년 16명 등 매년 꾸준히 늘었으나 올해는 4명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졸업생의 의대 진학 시 교육비나 장학금을 환수하는 등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으로도 볼 수도 있지만, 인력 부족을 호소했던 우리나라 이공계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