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충남도정]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3년째 ‘제자리 걸음’
[충남일보 이잎새 기자] 민선 8기 충남도의 역점 과제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방 공약 중 하나인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충청권은 전국에서 강원과 함께 유이하게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사업이 성사된다면 지역 내 자본 순환이 원활해지고 8년간 소득역외수출률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는 여론이 높다.
충남도에 따르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지역 금융경제 낙후, 지역 자금 역외유출, 금융의 수도권 집중, 지역 간 금융서비스 불균형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충청권 아젠다로 꼽혔던 사업이다.
이후 2022년 충남도를 중심으로 범충청권 추진단이 발족되고 도민 온라인 서명운동이 전개되는 등 본격적으로 추진에 시동이 걸렸다.
당시에는 충청 연고 기업과 주민, 금융기관, 국내외 연기금의 출자를 받아 자본금 5000억 원 규모로 지방은행을 설립해 지역밀착형 관계형금융, 디지털 중심 금융 등을 통해 출범 2년 차부터 흑자를 올리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연구용역도 마무리됐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충청권 지역 대선 공약에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포함시키면서 사업이 무탈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증폭됐다.
그러나 지방은행 설립 전 5000억 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채우겠다고 선뜻 나서는 투자자가 없어 현재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충남도 산업경제실 관계자는 “은행법상 설립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은 250억 원 이상 정도가 되지만 IT시스템이나 점포망 운영, 인력 고용 등에 들어가는 자본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50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며 “현재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금융권에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 우선은 은행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자본 출자자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장기적인 과제로 둔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68년 충청은행이 설립돼 충남과 충북 전체에서 영업됐었다가 1972년 충북은행이 만들어지며 충청은행은 충남, 충북은행은 충북을 영업구역으로 삼았다.
두 은행은 1997년 IMF 금융 구제 사태에 따라 진행된 금융 구조조정으로 각각 1998년, 1999년에 문을 닫으며 충청권에는 현재까지 26년간 지방은행이 부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충남도를 비롯한 충청권 지역들은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외 유출액이 많다는 문제를 안게 됐다.
충남도의회 방한일 의원(예산1·국민의힘)이 지난해 11월 정례회 본회의 당시 도정질문을 통해 지적한 바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대 30조 원, 최소 23조 원에 달하는 충남도 소득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다.
또한 제조업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2021년도 잠정 소득역외유출액이 약 25조 원으로 역외유출률 20.4%에 달한다.
같은 시기 충남 지역의 지역내총생산은 약 124조 5000억 원으로 서울과 경기 다음으로 높은 수준에 달했지만 지역 총 소득은 약 99조 원으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충남도는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금융권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투자자 모집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산업경제실 관계자는 “지역에서 자금이 발생하게 되면 그 지역 내에서 순환이 돼야 하는데 충청권은 지방은행이 없다보니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흘러들어가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시군마다 점포 최소 1개씩을 설치하고 도민들과 관계를 맺고 운영되는 지방은행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라며 “이에 현재 금융권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투자가 가능한 기관 등을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