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내 기업 기초체력... 매출 증가율 6분기 만에 역성장
성장성 0.7% 하락 전환 석유화학 부진·관세 변수 영향 기업 규모별, 수익성 지표 등 동반 하락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올해 2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6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수익성도 약화돼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대외 관세 변수의 충격이 본격화됐다는 신호가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6067개(제조업 1만2962개, 비제조업 1만3105개)의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7%로 전분기 2.4%에서 하락 전환했다.
2023년 4분기(-1.3%) 이후 6개 분기 만의 마이너스이자 이번 분기 최저치다. 표본조사 대상 4233개 기업을 기준으로 추정된 수치다.
하락의 중심에는 제조업이 있었다.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분기 2.8%에서 2분기 –1.7%로 돌아섰다.
유가 하락과 설비가동률 하락이 겹치며 석유화학이 -7.8%로 낙폭을 키웠고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전기전자는 인공지능(AI) 관련 고부가 제품 수출은 견조했지만 전년 동기 20.7%의 높은 증가율에 따른 기저효과로 2.2%에 그쳤다.
운송장비는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겹치며 업황 전반의 수익·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다.
더불어 비제조업도 둔화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비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분기 1.9%에서 2분기 0.3%로 축소됐다.
도소매업은 철강 트레이딩과 에너지 관련 수입 둔화로 2.0%에 그쳤고, 운수업은 해상운임지수 하락과 소액면세제도 폐지 여파로 전자상거래 물동이 줄어들며 -0.5%로 하락 전환했다.
기업 규모별로도 동반 약세가 확인됐다. 대기업은 2.6%에서 -0.6%로, 중소기업은 1.4%에서 -1.3%로 모두 마이너스 전환했다. 외형 성장의 둔화가 전 산업·전 규모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 셈이다.
이와 함께 수익성 지표도 악화했다. 전 산업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1%로 전년 동기 6.2%에서 1.1p 떨어지며 2024년 4분기(+4.1%)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세전순이익률도 5.3%로 같은 기간 1.4p 하락해 2024년 4분기(2.7%) 이후 최저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7.1%에서 5.1%로 낮아졌다.
운송장비는 관세와 판촉 경쟁 심화 영향으로 7.6%에서 2.7%로 급락했고 기계·전기전자는 일부 기업의 재고자산평가손실 인식 등 일회성 비용이 겹치며 10.2%에서 7.4%로 하락했다.
비제조업 영업이익률은 5.1%로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이었지만 내부 구성은 엇갈렸다. 운수업은 해상운임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며 9.1%에서 7.0%로 낮아졌고 전기가스업은 연료가격 안정으로 3.2%에서 5.0%로 개선됐다.
반면 안정성 지표는 대체로 보합이었다. 부채비율은 89.8%로 전분기 89.9%에서 소폭 하락, 2023년 3분기(87.8%) 이후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다만 차입금 의존도는 26.6%로 전분기 25.0%에서 상승해 2015년 2분기(26.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형 둔화와 수익성 저하가 진행되는 가운데 조달 구조의 부담 신호가 일부 확대된 모습이다.
향후 흐름은 업종별·정책 변수별로 상하방이 혼재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처럼 업황 자체가 양호한 분야는 수요 사이클이 버티고 있으나 대외 관세 리스크가 재점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석유화학의 부진은 유가·수요·가동률 조합이 개선되기 전까지 단기간 내 반전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비제조업에서는 운수업의 운임 레벨과 전자상거래 흐름이 회복의 관건이며 전기가스업의 비용 안정은 당분간 수익 방어에 기여할 전망이다.
문상윤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기업통계팀장은 “관세 협상 타결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기업들의 수출 다변화 노력 등에 따라 관련 지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황 자체가 좋은 반도체의 경우에도 향후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남아있어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고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은 단기간 내에 해결될지 미지수인 만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