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정자원 화재 나흘째 여파... 금융·복지·조달 곳곳 차질

정부24,우정 금융·우편 순차 복구... 일부 서비스 점검 및 제한 은행 신분확인·부동산 온라인 신고 차질 복지 바우처·장사정보 장기 지연 전망

2025-09-29     이승우 기자
대전 국정자원 화재 발생 4일째가 된가운데 일부 정부서비스는 복구됐으나 금융, 복지, 조달 등 여러 분야에서  여전히 업무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승우 기자)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정부 전산 허브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대전)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째가 된 가운데 정부는 핵심 대민서비스 복구를 서두르고 있으나 부처별·업종별로 장애와 임시 절차가 병존하면서 민원 불편과 경제 활동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9일 오전 기준 정부 서비스 647개 가운데 정부24를 포함한 55개가 단계적으로 복구됐다고 밝혔다.

다만 모바일 신분증은 기존 발급분의 사용은 가능하지만 신규 발급·재발급은 여전히 불가해 주민센터와 무인발급기 앞에선 “지금 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 반복됐다.

정부는 전소된 7-1 전산실에 있던 96개 시스템은 대구센터 내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해 복구하기로 했고 장애가 풀릴 때마다 포털 공지를 통해 순차 알리겠다고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금융 부문을 지난 28일 21시부터 정상화했다.

체크카드 결제, 인터넷·모바일 뱅킹, ATM 입출금, 보험 청약·보험금 청구가 재개됐고 우편 서비스도 29일 9시를 기해 접수·배달·종적조회 등 상당수가 돌아왔다.

다만 미국행 EMS나 기관 연계 전자우편, 우체국쇼핑 등 일부 고도화된 연계 업무와 무인 택배함 등은 제한이 계속된다. 또한 신선식품 등은 택배 지연 등의 영향으로 인해 접수를 받지 않고 있었으며 사전접수, 착불, 안심소포 등도 마찬가지였다.

우체국 한 관계자는 “연휴 물량이 몰리는 때라 우편 접수는 열렸지만 배송이 이전 추석 때보다 2~3일정도 밀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택배 배송 상황, 알림 등은 현재 안되고 있어 고객들에게 안내를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은행권은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이 막히면서 창구·비대면 업무에서 본인확인 대체 수단을 안내하고 있다.

현재 실물 운전면허증·여권·외국인등록증, 26일 새벽 1시 이전 발급된 모바일 신분증만 인정되고 있으며 주민등록증 기반 인증은 중단돼 신규 계좌 개설, 일부 대출·카드 발급, 증권사 비대면 계좌 개설 등에서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규 모바일 신분증과 IC 주민등록증의 발급·재발급까지 중단되면서 주민센터 창구 민원이 늘고 금융권에서는 대체 확인 절차 안내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세종시 보람동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주민등록증을 갖고 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인증이 되지 않아 서류 접수도 미뤄졌다”며 “급하게 필요하고 계획했던 일인데 이렇게 미뤄지니 속이 답답하고 다급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는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고 일부 업무는 실물 서류 제출과 대면 확인으로 우회 처리 중이다.

금융업계도 IC주민등록증 등을 통한 인증이 되지 않아 고객들의 불편함이 이어졌다.(사진=이승우 기자)

조달청 ‘나라장터’ 역시 29일 9시에 재해복구(DR) 시스템으로 전환해 서비스를 재개했으나 접속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대금지급 기능 등 일부 핵심 기능은 가능하지만 전반적 응답 속도가 들쑥날쑥하다는 민원이 나온다.

대전의 중소기업 대표는 “입찰 공고 확인과 자료 업로드에서 계속 튕겨서 직원들이 돌아가며 접속을 시도했다”며 “납품 대금 정산만은 막히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복지·보건 분야는 온도 차가 크다. ‘행복e음’ ‘희망e음’ ‘복지로’는 복구 뒤 개통 준비 단계지만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와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은 전소로 장기간 정상화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일부 바우처 결제가 끊기고 화장시설 예약은 각 시설에 유선·현장 접수로 우회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노은동의 한 보호자는 “기저귀·분유 바우처가 결제가 안 돼 카드로 먼저 결제했다”며 “언제 보전되는지 감이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쪽에서는 진료기록 전송, 장기조직혈액 통합관리(KONOS) 등 시스템 장애로 응급 이송·이식 매칭에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2차 민생안전 소비쿠폰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화재 당시 소비쿠폰 서버는 국정자원 대전 본원이 아닌 대구센터에 위치해 있어 온라인 신청·지급·사용은 정상 작동 중이다.

다만 사용지역 변경과 온라인 이의신청은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이의신청은 주민센터 방문 접수로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했다.

더불어 국세 분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홈택스·손택스는 광주센터에 위치해 화재 직접 영향이 없어 정상 이용 가능하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다만 스마트홈택스는 이번 사태로 중단돼 신고·납부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일부 납세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의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중단 영향으로 은행앱·가상계좌를 이용한 일부 납부 경로도 막혀 납부기한 연장 검토까지 거론됐다.

부동산 온라인 민원도 불통이 이어진다. ‘일사편리’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의 온라인 신고가 중단돼 정부는 방문 신고를 안내했고 지연에 따른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세종 고운동의 한 매수인은 “전세 신고를 모바일로 하려다 계속 오류가 떠서 구청 아침 접수 창구로 갔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체감되는 가장 큰 불편은 ‘본인확인과 결제’의 끊김이다.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이 멈추자 은행·증권은 물론 일부 공공 결제·인증 서비스가 줄줄이 지연됐고 공공마이데이터를 연계하는 비대면 주담대 등은 한동안 신청이 어렵다는 업계 설명이 잇따른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의 자영업자 정 씨는 “정부24는 열렸지만 모바일 신분증을 새로 못 만들어 관허 신고 처리에 시간을 더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 우선’ 원칙 아래 복구를 확대 중이다.

이날 오전까지 정부24, 우정 금융·우편, 일부 복지·보건 시스템이 정상화·점검 단계에 진입했고 전소된 96개 시스템은 다른 센터로 이전하는 중장기 플랜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전력·시스템 이중화와 원격지 DR이 설계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선 기술·거버넌스 과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크다.

전문가들은 재난 복구 체계의 ‘이중화·상시 전환성’을 동시에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원·시스템 이중화와 원격지 백업의 즉시 전환이 핵심”이라며 “설령 한 층의 전산실이 멈춰도 다른 구역과 원격 센터가 곧바로 서비스를 이어받는 구조가 구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노후 배터리·이전 과정 등 물리적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서비스 연속성 계획(BCP)의 실전 가동능력을 높여야 장기 중단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24를 시작으로 복구의 범위는 넓어지고 있으나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전자바우처·장사정보 등 ‘인증·결제·사망 후 절차’에 걸리는 서비스는 제약이 남아 있고 조달·부동산·금융의 일부 창구는 불안정과 대면 전환이 불가피한 상태다.

당국과 업계가 DR 전환 훈련과 대체 절차를 상시화하고 전소 시스템의 신속한 이관과 데이터 무결성 검증을 병행할 때 민원과 경제 활동의 불확실성도 빠르게 낮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