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급 두뇌는 한국 미래를 떠받칠 자원이다

2025-11-05     충남일보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들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설 자리를 찾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인재들의 ‘탈(脫)한국’ 행렬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구현할 핵심 동력인 이공계 인재들은 여전히 나라 밖으로만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공계 석, 박사급 1916명을 대상으로 설문에 답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은 20대가 72%, 30대가 61%로 젊은 세대일수록 높았다. 젊은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고교 최상위권 학생의 상당수가 의대로 향하고 이공계를 택한 인재들 마저 더 나은 대우와 연구 환경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이공계 인재의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으로 2010년 9000명 수준이던 박사급 인력이 2021년 1만 8000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최근에는 한국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 분야의 인재 유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에서 석, 박사급 인력이 10년 차가 년봉 3억 8000만 원을 받는데 비해 국내에서는 9700만 원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박사 학위를 받고도 미래를 걸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운 것도 문제다. 

대기업 연구소는 극소수이고 정부출연연구원 정원은 제한적인 데다 게다가 정년 연장으로 기존 연구진이 오래 머물면서 신규 채용 기회는 더욱 줄어 들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인재 유출 방지와 유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단기적으로 우수 인재 유입 숫자만 늘리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신진 연구자부터 석학까지 “한국에서 연구할 맛이 난다”는 말이 나오도록 연구 환경의 토양을 개선해야 한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세계 세번째 규모로 확보한들 이를 활용할 인재가 없으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가 없다. 

국내의 고급 이공계 인력을 붙잡아 놓기 위해서는 정부가 합리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해외와 격차가 큰 보상 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공계 인재 유출이 한국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국내 대학의 우수한 교수들이 해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고, 퇴직 교수까지 중국 등으로 스카우트되고 있기도 하다. 해외 유학 등을 떠난 실력 있는 인재들이 귀국하지 않는 경우도 숱하다. 고급 두뇌들은 한국의 미래를 떠받칠 중요한 자원이다. 이들이 한국을 떠나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