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순국선열의 날을 기리며

  장홍석/충북북부보훈지청 보훈과장

2025-11-11     충남일보

“일제 말발굽에 짓밟힌 나라를 찾으려 동분서주 동지 모아 군자금 모아드리고 이 한몸 다 바쳐 일본 군부 쳐부수려 했는데 뜻을 같이한 동지와 함께 투옥되니 한 많은 젊은 인생 웃으며 가리라.”라는 옥중편지를 쓰신 오석완 선생. “시신은 찾지 못할 것이니라”며 목숨 걸어 의거하면서 “조국이 있는 한 일본의 침략을 경계하지 않을 수 있으랴!”라는 유언을 남기신 김수담 선생.

“피도 대한 뼈도 대한, 살아 대한 죽어 대한, 어두웠던 방방곡곡 독립만세 진동하네. 삼천만민 합심하여 결사독립 맹세하세”라고 직접 지은 독립가를 부르시던 리정근 선생. “나는 대한민국의 개가 될지언정 너희 나라 신민이 되지 않겠노라”라고 호통 치시던 이경호 선생 등.

일제 강점기, 암흑에 휩싸인 나라를 밝히기 위해 불꽃처럼 살다가 호국의 언덕에 무궁화로 피어난 순국선열들이시다. 우리는 ‘순국선열’이란 뜻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순국선열이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국권침탈에 반대하여 독립을 위해 항거하다 옥사ㆍ피살ㆍ자결ㆍ전사 등으로 순국하신 분들을 가리킨다.

또한 열사와 의사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열사는 본인의 몸을 바쳐서 저항의 정신과 지조를 나타낸 위인을 말하며 대표적인 예로는 유관순 열사, 이준 열사, 민영환 열사 등이 있다. 의사는 무력(武力)으로써 항거하여 의롭게 죽은 사람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 강우규 의사 등이 있다. 의사와 열사는 모두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영웅들이지만, 의사는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려고 노력했고, 열사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목숨을 바쳤던 분들이다.

‘순국선열의 날’의 기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9년 11월 21일 임시의정원 제31회 임시총회에서 지청천, 차이석 등 6인의 제안에 따라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외교권을 빼앗긴 부끄러운 날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순국선열 공동 기념일을 제정하였다.

영국 시인 바이런은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라며 과거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깨우고 있다. 과거를 성찰한다는 의미는 영광스러운 업적과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일들을 후대에 숨김없이 알리는 것이다. 유가족의 눈물 속에서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모습을 낱낱이 찾아내어 겨레의 아픔과 자긍심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자유와 평화가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란 아름드리나무가 푸르른 하늘 높이 피워내고 있음은 이분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독립이란 자양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뿌리가 땅 밑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잊어버린다면 잎도 마르고 미래에 빛날 튼실한 열매도 열리지 않는다.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앞두고 이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성찰을 통해 불행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도록 뼈아픈 역사와 순국선열들이 보여주었던 ‘진충보국(盡忠保國)의 정신을 자라나는 후대들에게 올바르게 교육시켜야 한다. 그래야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쳤던 순국선열들의 위대한 삶을 후대들의 가슴 속에 빛나는 보훈정신으로 이어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