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림자. 숨결. 바람
어제는 그림자다. 빛이 스칠 때마다 길어지고 짧아지며, 발밑에서 묵묵히 나를 따라온다. 그러나 그림자는 적이 아니다. 어제의 선택과 실수, 상처와 후회가 남긴 흔적이며, 나를 가르치고 다듬는 스승이다. 그림자를 외면하면 우리는 반복 속에 갇힌다.
오늘은 숨결이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지만,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어제도 의미가 없다. 오늘의 한 걸음, 한 선택, 한 말이 내일의 길을 열고, 어제를 이해하게 한다. 오늘을 허투루 쓰는 사람에게 내일은 불안으로 다가오고,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는 사람에게 내일은 기회가 된다.
내일은 바람이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고, 잡을 수 없지만 방향을 정해준다. 바람을 두려워하면 문을 닫고, 바람을 믿으면 길이 열린다. 오늘을 충실히 살고 준비한 사람만이 내일의 바람을 친구로 맞을 수 있다. 내일은 소망이며, 준비이며, 선택이다. 그 바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어제의 그림자와 오늘의 숨결과 내일의 바람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세 시간은 하나의 흐름 속에서 얽히고설켜 사람을 빚어낸다. 어제가 오늘을 다지고, 오늘이 내일을 열며, 내일이 다시 오늘을 시험한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가는 것이다. 쌓인 시간은 단단해지고, 깊어지고, 삶의 무게를 견딜 힘이 된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깊이를 얻는다.오늘의 숨결 속에서 어제를 직시하고, 내일의 바람 속에서 결심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시간을 주체적으로 다스리는 사람만이 삶의 주인이 된다.
어제는 스승이고, 오늘은 무대이며, 내일은 길이다. 세 가지를 놓치지 않을 때,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신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