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큰 평안, 태안 정신

애국. 애족. 애향의 뿌리를 품은 큰 평안의 철학

2025-11-19     송낙인 기자

 

태안미래혁신연구원 원장. 박동관 수필가

바다는 오늘도 잔잔하다. 서해의 물결은 오래된 친구처럼 부드럽게 밀려와 발끝을 적시고, 이내 조용히 물러난다. 그 바다를 품은 태안은 이름 그대로 크고 평안한 땅이다.‘태안(泰安)’, 클 태(太), 편안할 안(安). 이름 속에 이미 철학이 담겨 있다. 그것은 단순한 지명의 의미를 넘어, 자연과 사람, 그리고 하늘이 함께 이루는 조화의 약속이다.

태안의 정신을 말하자면, 그것은 곧 큰 평안의 철학이다. 이 땅의 바람은 거칠지만 따뜻하고, 사람들은 느리지만 정겹다. 바다와 갯벌, 소나무와 해안선이 어우러진 자연의 품속에서 태안 사람들은 언제나 ‘함께’ 살아왔다.누군가의 고난은 곧 이웃의 아픔으로, 남의 기쁨은 자신의 축복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바로 태안의 마음이요, 이 시대가 잃어버린 공생의 지혜다.

애국(愛國)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고, 애족(愛族)은 겨레를 사랑하는 마음이며, 애향(愛鄕)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 셋은 서로 떨어져 있는 가치가 아니다.고향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고향이 속한 나라를 사랑하게 되고, 나아가 그 나라를 이루는 사람들 모두를 귀히 여긴다. 태안의 바다를 사랑하는 일은 곧 이 땅의 자연을 지키는 일이며, 그것은 결국 우리의 미래 세대를 사랑하는 일이다.

태안의 ‘큰 평안’은 안일한 평온이 아니다. 그것은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의지다. 바람이 거세도 솔숲은 쓰러지지 않는다.뿌리가 깊고, 서로의 가지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태안의 정신 또한 그러하다. 서로 기대며, 함께 자라며, 더 큰 평안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경제, 환경, 인구, 정치 –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태안이 품은 ‘큰 평안’의 정신이 절실하다.그것은 조용하지만 강한 힘이다. 물질보다 사람을, 경쟁보다 나눔을, 분열보다 화합을 귀하게 여기는 가치다.

나는 종종 태안의 해변을 걸으며 생각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거창한 구호 속에 있지 않다고. 진정한 애국은 태안의 파도처럼 잔잔하게 밀려오는 일상 속의 평안이며, 작은 공동체에서 시작되는 사랑이다. 나라의 평안은 결국 사람의 평안에서 비롯되고, 사람의 평안은 가정의 화목과 이웃의 신뢰에서 자라난다.

그러므로 ‘큰 평안’은 거대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미소 한 줄, 따뜻한 인사 한마디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태안이 그 이름처럼 큰 평안의 고을로 남는다면, 그것은 단지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정신적 고향,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이 땅의 평안이 나라의 평안으로, 나아가 세계의 평안으로 확장되기를 소망한다. 태안의 바다처럼 깊고 넓은 사랑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흐르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태안의 바람 속에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큰 평안, 그것이 바로 태안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 철학은 결국 인간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서로의 안녕을 빌고, 함께 걸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태안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