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유한 노총에 혈세 지원을 국민이 납득할까?

2025-11-20     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한국노총은 사문화됐던 조합비 세액공제와 연계시키는 시행령 개정으로 2022년 회계연도부터 공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3년간 연평균 247억 원, 민주노총은 47억 원을 다음 연도로 넘겼다. 민주노총 본부의 지난해 수입은 266억 원. 한국노총과 달리 조합비에 해당하는 산하단체 납부금이 전년도 이월금 보다 많았다.

자금 사정이 이렇게 넉넉한데도 양대 노총은 정부에 손을 벌렸다. 한국노총은 자가인 서울 여의도 중앙근로자복지센터 시설 수리 및 교체비 55억 원,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정동 본관과 별관 사무실 전세 보증금 78억 원을 각각 요청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형평성을 고려해 양대 노총에 각각 55억 원을 지원하는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던 것을 끼워 넣은 '쪽지 예산'이었다. 국민의힘은 "코드 예산" "정권 교체에 대한 대가성 지원 사업"이라며 삭감을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양대 노총이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에게 "노동운동의 위상에 걸맞은 지원을 해달라"던 요구가 일부 수용된 것이다. 

정부가 양대 노총의 사무실 임차료와 시설 보수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한 것은 2005년(민주노총)과 2019년(한국노총)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3.0%로, 노조에 속하지 않은 근로자가 훨씬 더 많다. 양대 노총이 대기업·공기업의 고임금·고용 안정 조직원 중심으로 굴러간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대기업·공기업·은행 등의 고임금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된 양대 노총 이기에 '귀족 노조'란 말 까지 듣고 있다. 취약 노동자 지원은 훨씬 열악한 제3노조나 미가맹 노조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 사회에서 약자가 아닌 강자, 갑의 위치에 있는데 정부의 특혜 까지 받는 건 그렇다. 

특히 민노총 임차비 지원은 현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 대출 한도가 축소돼 내 집 마련의 꿈은커녕 월세 난민으로 전락 중인 청년 등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를 살 사안이기도 하다. 노조 가입은커녕 고용시장에 아예 발도 못 들이는 청년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귀족 노조의 정부 지원을 되살아 났으니 '코드 예산'이란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당정의 예산 계산법이 내 편은 대놓고 편드는 ‘내로남불’이다. 국정운영이 이래도 괜찮은 걸까?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밀어붙인 것은 너무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힘겨울 판에 코드에 맞춘 예산들이 수십억원씩 슬금 슬금 끼워 넣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민 모두를 위한 살림살이를 진정으로 고민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여당이 양대 노총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정치적 거래'이며, 다른 경제 주체나 비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다.

부유한 노총을 혈세로 지원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이번 지원은 ‘이 대통령 당선 대가성’이라는 곱지 않은 여론이 나올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