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우리나라도 핵 잠수함 보유 대열에 진입했다
지구상에는 핵 추진 잠수함이 약 130여 척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 추진 잠수함을 세분화하면 핵 잠수함(핵잠)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으로 구분된다. 핵잠은 적국의 선제 핵 공격에 대비해 보복 공격용 핵무기를 바닷속 깊이 숨겨 핵 보복 능력을 보존하려는 것이 운용의 목적이다.
이처럼 해저 핵무기 저장소 기능을 하는 대형 핵잠은 전략핵잠수함(SSBN)이라 한다. 핵 추진 잠수함은 가격이 디젤 잠수함의 몇 배가 높고 원자로 가동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잠항 속도가 디젤 잠수함보다 2배쯤 빠르고 수개월 연속 바닷속에 잠겨 있을 수 있고 장거리 해양 작전에도 매우 적합하다.
이런 핵 추진 잠수함이 미국에는 66척, 러시아 31척, 중국 12척, 영국 10척, 프랑스 9척, 인도 2척 등이 운용되고 있다.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첫 잠수함은 1896년에 등장한 홀랜드 호다. 이 잠수함은 각각 수면 위, 물속 사용을 위한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모두 갖췄다. 미국 해군이 홀랜드호를 최초 잠수함으로 채택한 이후 각국 간 건조 경쟁에 불이 붙었다.
1차,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독일 U보트는 1158척을 건조해 5000척 넘는 미국 영국 군함과 상선을 격침했다. 초창기 잠수함은 가솔린을 동력으로 삼았으나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 폭발 위험이 커 20세기 초부터 디젤 방식이 보편화했다. 1954년엔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인 USS 노틸러스가 취역했다.
잠수함 안에 설치된 소형 원자로를 가동해 전기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1958년에는 얼음 밑으로 북극점을 횡단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항속 거리가 거의 무제한이어서 가능했다. 원자력 잠수함의 성능은 디젤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났다. 디젤 잠수함은 디젤 엔진을 가동해 충전한 배터리로 운항하기에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시로 디젤 엔진을 돌려야 하고, 이때 산소가 필요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해 적에게 탐지되기 쉽다.
원자력에 비해 소음도 커 들킬 우려도 크다. 또 축전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 원자력에 비해 무장력이 훨씬 떨어지기도 한다. 반면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기로 바닷물을 분해해 산소를 얻을 수 있어 식량을 보급 받을 때를 제외하고 이론적으로 영원히 물속에 있을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호주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에 최대 5척의 원자력 잠수함을 팔기로 한 것이다. 디젤 방식만 가진 우리나라도 원자력 잠수함이 절실한 나라다. 북한을 생각해서 핵 잠수함을 갖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핵무장 주장만 거셀 뿐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다. 첨단 제조업 능력 덕분에 핵 잠재력이 과대평가된 듯하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핵 역량을 갖춰야 하고 우라늄 농축의 확보도 핵심이다. 우리의 핵 능력 보유가 미국의 핵우산을 보완하며 자체 방어 부담도 줄이는 동맹 친화적 해법이다.
일본이 잠재적 핵 역량을 갖게 됐다는 것도 우리 주장과 같다. 일본엔 유사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JFS)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지지하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연료 조달에 대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미 원자력 협정 틀 안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20% 미만 우라늄 농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명운을 걸고 한다면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일본처럼 미국의 핵우산을 보완하는 핵 잠재력을 갖게 되면 이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 될 것이다. “산업적 목적”이라고 애써 강조하며 잠재적 핵 능력 보유 문제에 굳이 선을 그을 필요가 없다.
산업적 핵 역량과 군사적 핵 능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우리도 북핵에 대응할 정도의 잠재적 핵 능력을 갖는 것이 동북아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할 때가 됐다. 우라늄 농축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 협박을 일삼는 북한과 평화롭게 사는 길이다.
미국 백악관은 10.29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팩트 시트(사실 자료)’로 우선 공개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SSN), 핵 농축, 핵폐기물 재 처리와 핵연료 공급 문제에 관한 미국의 승인과 지지가 담겼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의 재개 의사도 시사했다. 미국에 제1 도련선은 적의 태평양 진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최전방 방어선이고, 중국에는 대륙을 방어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또 대만 유사시 이 방어선을 두고 미·중의 치열한 공방도 예상된다. 그래서 중국은 이것이 눈엣가시인 이유다. 중국은 한미 동맹의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만,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이들을 무력화·중립화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는 시설물 구축도 한창이다.
그리고 중국 전투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력화하는 비행도 일삼고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원잠 승인에 발끈하면서 경고에 나선 바도 있다. 사드와 같은 수순으로 대한 제재 거리를 빌드 업하는 중이다. 따라서 팩트 시트로 미국의 원잠 건조 승인에 안주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얻는 것 없이 중국의 제재 빌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원잠 건조를 위한 양국 간 구체적 합의를 타결하기 위해서나, 향후 10여 년간 미국의 후임 대통령들이 이 사업을 계속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나, 또는 완공 후 미국의 후속 정비·보수 지원 보장을 위해서도 한미 양국의 견고한 결속과 신뢰는 필수적 선행 조건이 될 것이기에 신속히 개시해 조속히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