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연의 섭리에서 배우라

2025-11-26     송낙인 기자

 

태안미래혁신연구원 원장, 수필가,박동관

산은 인내를, 물은 겸손을, 바람은 자유를 가르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연을 벗이라 불러왔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자연의 언어를 잊어갔다. 큰크리트와 금속이 세상을 덮자, 바람의 목소리와 나무의 숨결은귀 기울여야만 들리는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자연은 여전히 말없이 인간에게 가르침을 준다. 귀 기울이면, 그 안에 삶의 비밀이 숨어 있다.

산은 묵묵함을 가르친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산은 제자리를 지킨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험하고 고되지만, 그 길을 오른 사람만이 세상을 다르게 본다. 인생도 그렇다. 수고와 인내를 거치지 않은 평안은 없다. 산의 고요함 속에 숨은 진리는, 흔들리더라도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품격 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물은 겸손을 가르친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며, 그 낮음으로 생명을 살린다. 바위에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고, 길이 막히면 돌아서 흐른다. 끝내는 바다로 나아가 하나가 된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아야 한다. 다투지 않고 낮은 자리로 흘러갈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강함보다 부드러움이 오래 간다는 것을 물은 안다. 겸손은 약함이 아니라 생명을 품는 힘이다.

나무는 인내의 상징이다.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그늘을 드리우며, 가을에는 열매를 내어주고, 겨울에는 침묵으로 돌아간다. 사계절을 순종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나무의 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 있지만, 그 뿌리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숨은 뿌리가 생명의 근원이다. 인간의 삶도 같다. 드러남보다 숨음이, 말보다 행함이 더 깊은 힘을 만든다.

바람은 자유를 상징한다.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흔든다. 바람의 존재는 흔들림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인생의 시련도 그렇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다. 시련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세상을 움직이듯, 보이지 않는 믿음과 용기도 인생을 지탱하는 손길이 된다.

자연은 가르치지 않지만, 가르침이 가득하다. 말하지 않지만,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는 바뀌지만, 자연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인간의 이성을 넘어선 질서와 조화가 숨어 있다. 그것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섭리가 짜놓은 조화처럼 느껴진다. 자연의 리듬을 닮은 사람은 결코 조급하지 않다. 계절이 바뀌듯, 인생의 시간도 흐른다. 봄의 기다림 없이 꽃이 피지 않듯, 기다림 없이 결실도 없다.

우리는 다시 자연에게 배워야 한다. 자연을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교훈의 거울로 바라보아야 한다. 바다의 깊이와 숲의 침묵, 바람의 자유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돌아본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마음이 메말라 버리면 문명은 사막이 된다. 자연은 그 사막을 적시는 생명의 샘이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때, 인간은 비로소 자신을 회복한다. 그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질서 속에서 이루어진다. 자연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배워라, 그리고 순리대로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