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원장 포함 19명 입건... UPS 작업 부실·불법 하도급 드러나

무정전전원장치 전원 차단 미이행 확인 불법 하도급까지 드러나며 수사 확대

2025-11-25     이승우 기자
경찰이 국정자원 화재가 인재로 결론 내리면서 이재용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19명을 입건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지난 9월 정부 전산망을 마비시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대해 경찰이 작업 규정 미준수와 불법 하도급을 주요 원인으로 결론 내리고 이재용 원장을 포함한 관계자 19명을 형사 입건했다.

대전경찰청은 25일 브리핑을 열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우선 이 원장과 국정자원 담당자 3명, 시공업체 현장 소장과 작업자, 책임 감리,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등 9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여기에 배터리 분리·이전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사와 실제 공사를 수행한 하도급·재하도급 업체 등 5개 법인의 대표·이사·팀장 10명에게는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재하도급을 받아 현장에서 배터리 이설 작업을 맡았던 한 업체 대표는 업무상 실화와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를 함께 받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 이설 작업 과정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대부분의 전원이 살아 있는 상태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났다.

UPS 시스템에서 배터리를 이전하려면 본체 전원을 끈 뒤 이와 연결된 1번부터 8번까지 배터리 랙 상단 컨트롤 박스(BPU) 전원을 모두 차단하고 분리한 전선은 절연 테이프로 감는 절연 작업까지 마친 뒤 공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작업자들은 UPS 본체와 1번 랙 전원만 끈 상태에서 나머지 랙에는 전원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작업을 시작했고 BPU에 부착된 전선 절연 작업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화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과 국과수 재연 실험 결과를 대조한 끝에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발화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분리되지 않은 전선이 다른 전선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스파크가 발생해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발화 순간의 행위까지 특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사 수주·집행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 하도급 구조도 수사 대상이 됐다.

조달청으로부터 배터리 이설 공사를 공동 수주한 업체들은 약 30억 원 규모 계약을 따낸 뒤 실제 작업 대부분을 다른 업체에 넘겼고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다시 두 곳에 작업을 나눠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과정에서 일부 인력을 서류상으로만 소속을 바꿔 올리는 방식으로 마치 원도급사 소속 인력이 공사를 수행하는 것처럼 꾸민 정황도 확인됐다.

국정자원 측은 조사에서 재하도급 업체가 실제 작업에 참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화재를 UPS 전원 차단·절연 절차를 지키지 않은 작업자의 부주의와, 불법 하도급이 반복된 공사 구조가 겹쳐 빚어진 사고로 규정했다.

대전경찰청은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다음 달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며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 작업 관련 안전 매뉴얼 보완과 전기공사 하도급 관리 강화 방안을 관계 부처와 관련 협회에 권고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