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칼럼] 청소년 카페 봉사로 피워낸 나눔의 선순환

정제권 유성구청소년수련관 활동진흥팀장

2025-11-26     충남일보
정제권 유성구청소년수련관 활동진흥팀장.

“수련관에 카페나 매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유성구청소년수련관에서 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많은 청소년이 이와 같은 의견을 제안했다. 청소년운영위원회는 이를 구체적인 제안으로 발전시켰고 청소년들이 던진 이 소박한 한마디는 단순한 바람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청소년들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수련관에서는 올해 ‘청소년 일일카페’ 사업을 시작했다.

매월 한 번, 수련관 1층에서는 청소년 봉사단이 운영하는 일일 카페가 열린다. 청소년들이 직접 메뉴를 기획하고, 음료를 만들고, 판매를 책임진다. 이는 단순한 봉사가 아닌 책임감과 주체성을 배우는 실전 무대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도 이 움직임에 힘을 보태주었다. 로컬푸드라온아띠협동조합에서 커피머신, 냉장고, 제빙기와 같은 고가의 장비를 기증해주었고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카페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이 봉사단의 활동은 또 하나의 소원을 만들어냈다. 봉사단이 일일 카페를 운영하며 모은 100만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한 것이다. 기부금은 ‘이유가 있는 아침식사’ 행사에서 전달되었고 ‘소원을 말해봐’ 프로젝트의 사업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유성구행복네트워크, 유성구행복누리재단, 유성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공동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저소득 아동과 가정의 크리스마스 소원을 들어주는 사업이다. 청소년들이 품은 소원 하나로 또 다른 이들의 소원을 이루는데 쓰여진 셈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자원봉사와 기부를 넘어서는 참으로 의미 있는 선순환이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로 수련관의 변화를 이끌었고, 지역사회와 함께 실질적인 나눔을 실천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청소년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변화의 중심에 선 주체로서, 소원을 품는 존재에서 소원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자발적인 봉사 참여는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데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자기 효능감,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청소년기에 시작된 자발적 봉사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봉사 습관을 유지하게 하고, 사회 참여 및 삶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소년들의 소원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2월 20일 수련관에서 열리는 ‘꿈다해봄 청소년 행복 축제(부제: 소원)’ 행사에서 한층 빛을 발할 예정이다. 꿈다해봄 청소년 행복 축제는 연말 성과 공유 축제로 수련관에서 활동한 청소년들의 1년을 돌아보는 자리이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소원’으로 청소년들이 서로의 소원을 공유하며 새로운 소원을 싹트게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청소년이 던진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원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연대로 구체화 되었고 그 결과는 나눔으로 되돌아왔다. 이 선순환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단순한 미래세대로 보지 않고 함께 꿈꾸고 행동할 주체로 존중할 때 가능한 모습이다. 청소년의 소원은 단순히 머무는 꿈이 아니다. 그것은 행동이 되고 나눔이 되며 또 다른 소원을 만드는 씨앗이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