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한국 김치가 수출 짱, 수입 김치는 국내 식당에서 활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김치가 세계 셰프들과 미식가들에게 주목받는 퓨전 식재료로 떠올랐다. 이는 김치가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매운맛과 기분 좋은 아삭한 식감 덕분이다. 세계 많은 사람들이 한국 명칭대로 '김치'(Kimchi)라고 부르고 있다.
김치에는 항산화 성분과 항암에 좋다는 식물성 화학물질의 사람 몸에 유익한 젖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전파되는 건강식품 업계에서도 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상점에서 김치를 사거나 집에서 직접 소량씩 담가 먹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김치 준비 방식은 이와 매우 다르다.
우리 김치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1,12월은 한국에서는 김장철이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김치가 필수다. 얼마 전까지 이민자들이 눈치 보며 먹어야 했던 김치가 이제 어엿한 ‘수출 우수 음식 상품’이 돼 날개 달린 듯 팔리고 있다.
한국 김치의 수출액이 지난해 1억 6357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0월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2% 늘었다. 김치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반면 한국 김치 수입액은 수출액보다 오히려 커졌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국 김치의 최대 수출국은 일본이다. 하지만 한국 김치가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도 일본 시장에서 일본산 김치가 85%를 점할 정도로 여전히 ‘경쟁 상품'이다. 게다가 배추김치 평균 가격도 Kg당 일본산 0.97엔, 한국산은 1.16엔으로 가격차가 벌어져 우리 김치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김치의 최대 수출국은 예상대로 중국이다. 중국산 김치 가격이 우리 김치의 절반 이하로 싸서 식당이나 가공식품 업체들이 몰려든다. 국내 김치 제조 비용이 오르면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한국산 김치는 세계인이 먹고 한국인은 중국산 값싼 김치를 먹는 역설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김치를 즐겨 먹는다. 아무리 음식이 좋아도 식사 때 김치가 없으면 음식을 먹은 것이 없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등 해외에서 그 나라의 음식을 한두 끼씩은 먹을 수 있지만 이틀만 지나면 김치와 밥을 먹지 않으면 어딘가 불편해진다.
이제는 미국 등 해외에서 불편하지 않게 김치를 먹을 수 있게다. 해외의 한국 마켓에 가면 10종류도 넘는 브랜드의 김치가 진열되어 있다. 우리나라 김치가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는 증거다. 심지어는 일본인들까지 자기들의 '기무치'보다 한국 김치와 김치찌개를 더 좋아한다.
중국인이나 동남아시아인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한국인들처럼 어릴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김치를 먹거나 김치를 큰 통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은 없다. 아직까지는 미국, 유럽인들도 김치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어쩌다 불고기 등과 함께 먹는 별식이라고 보면 된다.
이 같은 김치를 만들려면 채소에 소금물을 붓거나 소금을 뿌리고 절인다, 이것이 숙성되면서 채소 속의 수분이 빠져나오고 채소 자체에서 국물에 침지(沈漬) 된다. 여기서 우리 고유의 명칭 침채가 생겨난다. 김치는 고대 이래로 한국인의 축제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김치는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인만이 만들 수 있는 발효 식품이다. 김치를 담그는 날에는 온 가족이 함께 달려들어 힘을 보탠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는 독에 담근 후 땅에 묻어둔 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이면 잘 발효되어 꺼내 먹는 것이 제격이다.
그래서 가난한 집이나 부잣집이나 할 것 없이 김치는 겨울에서 봄이 올 때까지 식탁의 주요 식품으로 오른다. 한국 김치가 식품 중에 드물게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은 것은 한국인의 독특한 ‘김치 문화’ 때문이다. 일본은 김치를 일본 식품의 ‘기무치’ 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하여 국제시장에 내놓았으나 인기를 얻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1996년 코덱스에 기무치가 아닌 '김치(Kimchi)'를 공식적인 명칭으로 통일하도록 조치되면서 더욱 빛을 보고 있다. 2001년 제네바에서 열린 제24차 코덱스 총회에서도 한국의 식품으로 인정받았고, 2013년 유네스코가 김치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재로 지적되면서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김치를 ‘한국 파오차이’라고 명명하면서 김치라는 말 자체를 말살하는 풍조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 김치는 음식이 아닌 ‘김치 문화’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식품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발효식품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국 김치와 햇반만 있으면 끼니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가 돼 미국에서 사는 사람이나 여행객에게도 인기 식품이 됐다.
K-푸드 열풍과 건강식품으로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겹치면서 일본, 미국, 캐나다 등으로 수출 폭이 확대되고 있다. 수입 김치는 거의 100% 중국산으로 가격이 국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대로 놔두면 한국 김치의 앞날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쌀밥 소비가 감소하면서 소비량도 11년 만에 감소되고 있다.
예전보다 적게 먹고 담그지 않고 사서 먹는다면 일본이나 미국 수준으로 김치의 단가가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생 김치를 그대로 먹는 그들과 달리 한국에선 김치전·김치찌개·김치볶음밥 등 부재료로 소비하는 비중도 높아서다. 국내에서 비싼 포장 김치를 뜯어 요리 재료로 쓰는 강심장은 아직 드물다.
배달 음식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김치가 필수 반찬도 아니라고 한다면 김치 종주국이라는 상징적 위치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 단순히 소비만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김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밥상 위의 김치가 살아 숨 쉬는 신선식품 이어져 세대 간 전승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세계 김치 시장을 눈앞에 두고도 식탁에서 편리함만 보고 사 먹는 김치에 익숙해질 것인지, 조금의 수고와 시간을 들여 직접 담아보고 가족과 이웃의 관계를 이어갈지 식탁을 점검해 보기 바란다. 지금 우리 김치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