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베일에 가려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실세론’이 다시 부상했다.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김 부속실장에게 하려던 인사 청탁 시도가 발단이다 됐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중 김 비서관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문진석 의원이 주고 받은 인사 청탁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문 의원은 같은 대학 출신 특정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달라고 김 비서관에게 청탁했고, 김 비서관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훈식이 형’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김 부속실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사이에 권력을 잡으니 형, 누나, 동생끼리 인사 청탁 문자가 뉴스핌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대통령과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직에 인사 청탁하는 문자가 오고 가면서 폭탄이 터졌다. 뛰어난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특정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라면 공식 절차를 거쳐 지원하면 될 일이다. 공직이나 공공기관의 장 자리는 공식적으로 후보 접수와 여러 단계의 심사 후 인사추천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인사권자에게 통보했다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 추천은 그렇지 않고 ‘청탁’형식이여 문제가 심각해진 것 같다. KAMA 자동차 대기업은 전형적인 이익집단이다. 설립 초기에는 회원사들의 경영진 중 은퇴하는 고위 인사가 협회장직을 맡아 오다가 2011년부터 산업부 1급 실장이나 차관급 퇴직 공무원 중에서 회장직을 맡았다.

그런 자리를 정치권 인사가 대학 동문이면서 대선 과정에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그 기관의 본부장 출신 인사를 추천하려는 것이 폭탄의 뇌관을 친 셈이다. 대통령실의 조직 문화가 서로 형, 누나 할 정도로 ‘가족적’임이 사실이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비상식적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라고 공지했다. 정권 실세들이 음습한 인사청탁을 주고받은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대통령실은 경고가 아닌 또 다른 유사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물의를 빚은 이들을 인사 조치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권력자끼리 인사 개입 정황이 드러나 씁쓸함을 주고 있다. 정부와 국회를 장악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엄중한 내부 통제에 실패를 하고 있다면 훗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엄정한 내부 조사와 함께 기강을 바로 세울 특단의 대책을 세워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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