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올여름은 시작부터 무더위가 심상치 않다. 올해는 더위가 다른 해보다 더 빠르게 오고 더 덥겠다는 기상대의 예측이고. 세계 각 곳도 날로 더위로 기승이다.

최근 뉴스를 틀면 '역대급 폭염', '100년 만의 폭우', '기록적인 산불'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기후 변화가 먼 나라 이야기이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해 한다. 

"결국 기업이나 국가가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허무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벌써부터 전국의 온도가 섭씨 38도를 기록하고 있다. 장마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폭염특보가 내리는 걸 보면 올해 여름은 예사롭지가 않을 것 같다. 기상청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고 밝혔다.

살인적인 폭염이라 불릴 만큼 무자비한 폭염이 자주 찾아올 것이라고 기후학자들도 경고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의 더위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내려지고,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내린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지옥과 같은 더위가 5일 동안 몰려와 7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당시 예보 책임관이 한 말을 잊게 했다. 기상재해 가운데 사람들 건강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폭염'이다.

기상재해 통계를 보면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폭염으로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폭염을 비롯해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장기적인 기후 변화 재난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마땅하다. 신설될 기후에너지부가 기후 위기 대응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기후 문제는 복잡하고 버겁지만 해결책은 단순하다.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에너지를 전환하고, 더 늦기 전에 기업과 정치에 변화를 요구하며,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 모든 노력이 결국 우리 후손들이 살게 될 세상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꽃잎처럼 소중하고, 단 한 번뿐인 이 지구를 위해.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후손들의 내일을 위해.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희망이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하 기본법)에는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자연 재난과 사회 재난으로 구분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재난 기본법에 자연 재난을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폭염 등 자연현상으로 발생한 재해로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 지방자치단체, 국민 모두의 책무를 우선시하고 있다. 올해 조기 폭염은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기온을 나타내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폭염도 재난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태풍처럼 '매미', '루사'와 같은 이름을 붙이듯 외국에서는 폭염에도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그만큼 폭염도 태풍의 무게처럼 정부 차원의 재난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푹푹 찌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폭염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폭염은 농축산업계 등 여러 곳에서 피해를 유발하고 있지만,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재난은 치명적이다.

매스컴은 폭염, 온열질환 보도로 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의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은 국민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 폭염이 소리 없는 재난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더 많은 인명피해가 나야 움직일까?

여름에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시원한 수박이나 아이스크림 먹기,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기 등도 포함될 듯하다. 무서운 공포나 귀신 나오는 납량특집 영화 보기도 있고 여름에 서늘한 냉기가 나오는 동굴 체험 등도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더울 때는 어떻게 하는지 본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에 가서 더운 몸을 식히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지금은 흔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든가, 에어컨 빵빵한 대형 마트에 가서 쇼핑하거나 카페나 커피숍에서 더위를 잊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더 온도가 올라가는 날씨에 열대지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온대지방에는 에어컨 없이는 어떻게 지낼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심해지는 폭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고, 다가오는 뜨거운 여름을 대비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처 방법을 살펴본 후, 미래 세대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폭염 예방 대책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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