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이례적인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닥치며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는 기후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5445원으로, 한 달 전 3621원보다 50.37% 올랐다.
여름철 김장 배추로 소비가 많은 고랭지 배추 생육이 더위와 폭우로 동시에 타격을 입은 데 따른 결과다. 청상추 역시 100g당 1675원으로 전월(1047원)보다 59.98% 올랐고 오이는 10개당 1만2099원으로 10.51% 상승했다.
과일류 역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수박은 1개당 2만9073원으로 한 달 전보다 28.44% 오르며 평년 대비로도 25.45% 높아졌다. 복숭아는 10개에 1만9939원, 참외는 1만9234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5.27%, 22.43% 상승했다.
토마토 가격도 1㎏당 5600원으로 한 달 새 45.15% 급등했다. 고온에 따른 작황 부진과 수확량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시금치와 알배기배추 등 신선 채소 가격도 빠르게 올랐다. 시금치는 100g당 2423원으로 전년 대비 39.25%, 알배기배추는 포기당 3801원으로 14.66% 상승했다.
깻잎과 상추(적)는 각각 2845원, 1343원으로 전월 대비 16.89%, 39.17% 오르는 등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이 관측된다. 무는 전년보다 가격이 다소 낮지만(-11.83%) 평년보다는 8.71%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농산물 공급 불안이 일상화되며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달 중순까지 최대 24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데 이어 다시 40도 가까운 폭염이 이어지면서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됐고 채소 생육에 치명적인 무름병과 탄저병 발생도 확산됐다.
이로 인해 채소는 웃자람으로 상품성이 떨어졌고 침수 피해와 병해충도 출하량 감소를 부추겼다.
충남에서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은 “덥고 습한 날씨가 반복되며 농산물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농산물 단가가 오른다고 하지만 농민들 손해가 더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수급 안정화를 위해 오는 9월 초까지 배추를 하루 100~250톤씩 방출하고 예비묘 250만 주를 확보해 공급 차질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수박과 복숭아 등 주요 품목에는 1인당 할인 한도를 기존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확대하고 최대 40%까지 할인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정부 대응에도 불구하고 채솟값 불안이 전체 물가로 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에서 농축수산물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고 전체 물가 하락세를 주도하던 농산물 부문도 5개월 연속 하락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가을배추 이식 시기인 다음달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지면 겨울철 김장 수요까지 영향을 받아 장기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작년에도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며 고랭지 배추 가격이 포기당 1만 원 가까이 치솟았고, 9월 채소 물가는 11.5%, 10월부터 연말까지는 매달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축산물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특란 한 판 가격은 6978원으로 전년보다 5.3% 높고, 소고기 안심(100g)과 돼지고기 삼겹살도 각각 7.1%, 4.5% 올랐다.
아울러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계 한 전문가는 “날씨 변화가 반복될수록 농산물 가격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기후 변화가 단순히 일시적인 작황 부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급 불안과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음달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50%에 이른다”며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될 경우 농산물 가격 불안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