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연합뉴스]](https://cdn.chungnamilbo.co.kr/news/photo/202512/861755_441518_5655.jpg)
"지금의 나는 그 터널 저편에서부터 시작됐다. 엄마가 남긴 퍼즐 조각을 따라 그곳으로 가보려 한다."
'엄마만 남은 김미자'(사계절)는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 김중미 작가가 들려주는 내밀한 가족 이야기다.
에세이는 인지장애가 온 엄마를 돌보는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든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만은 끝내 잊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를 마주하고서 작가는 '엄마'가 아닌 김미자라는 사람을 궁금해한다.
"엄마가 빌라 거실에서 외롭게 기억을 잃어가는 동안에도 나는 내 삶만을 생각했다. (…) 모든 기억이 사라진 엄마에게 남은 유일한 정체성이 '엄마'라는 것이, '엄마'만 남은 '김미자'씨가 슬펐다."
작가는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지난 50여년간 한국 사회의 주변부로 떠밀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다.
작가는 2000년 펴낸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시작으로 줄곧 한국 사회의 그늘 지고 낮은 자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비춰왔다.
인천 만석동의 옛 지명인 괭이부리말은 6·25 전쟁 후 피난민들이, 산업화 시기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모여와 마을을 이룬 곳이다.
몸소 만석동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가난한 이들의 연결망이 되어온 작가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그는 자신이 지내온 시간이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걸어온 시간의 결과물이라며 지나온 삶을 반추한다.
작가의 삶이 엄마의 시간으로, 엄마의 삶이 외할머니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또 작가는 지난 시절 엄마에게 가난은 차라리 익숙한 것이었고, 그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사회적 고립이었다고 한다.
더 싼 전월세를 찾아간 동네에서는 주기적으로 사람들이 바뀌었고, 엄마 역시 또다시 떠나야 할 처지였기에 '이웃' 같은 사회적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함께 연대해야만 한다는 것을 배웠다.
"엄마는 행복한 삶은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삶으로 가르쳐주었다. 엄마와 할머니로부터 타인을 존중하고 곁을 내어주는 법을, 섬기고 배려하고 나누며 사는 삶의 행복을 배웠다. 그래서 가족 안에 갇히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또 주변 어른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았지만, '부족해도 가진 걸 나누면 행복해진다'는 경험을 안겨주었다고 작가는 털어놓는다.
뭉클한 여성 서사뿐 아니라 빈민운동을 시작한 후 작가가 마주한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고민, 작가가 생각한 예술에 대한 고찰까지 폭넓게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