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부는 요즘이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언제 종식될지 기약 없는 전염병(코로나19) 사태에 고향을 찾는 마음이 무겁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추석은 설,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로 음력 8월15일을 뜻한다. 한가위, 가배일(嘉俳日), 중추절 또는 중추가절이라고도 한다.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이다. 그러므로 한가위란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한가위를 추석, 중추절 또는 중추가절이라 한 것은 훨씬 후대에 와서 생겼다.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추석은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감염병이 최근 또다시 확산 양상을 보여 명절을 앞둔 우리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 환절기 감기와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돼 그 걱정은 더 크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수도권 유행 억제, 추석 연휴 확산 방지, 인플루엔자(독감) 동시 유행 차단 등 3대 ‘숙제’를 언급했다.

최근 수도권의 급격한 확산세는 한풀 꺾였지만, 인구 이동량이 많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언제든 다시 확산될 수 있는 데다 독감까지 유행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민생경제 정책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카드를 올 추석에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그야말로 ‘코로나 특단의 대책’이 아닐 수 없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귀성’ 논쟁도 한창이다.

어떤 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번 추석 연휴 제발 없애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발 추석 연휴 지역 간 이동 제한해 주세요’ 등의 청원을 올렸다. 연휴 기간 고향·친지를 방문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한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도 선물로 대신하자는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민족 대이동’ 하려다 ‘코로나 대이동’ 위기를 몰고 오지 않도록 한껏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 야속하지만 어쩌겠는가. 명절과 안전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선 안전을 선택하자. 이 세상에서 가족의 안전보다 더 소중한 선물은 없다.

이번 추석은 몸은 서로 거리를 두돼 마음만은 더 가깝게 보내자.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안전을 선물하면 안심으로 화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