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대전선유초등학교 교감
이병희/대전선유초등학교 교감

대전선유초 교감으로 첫 발령을 받은 지 벌써 3개월째이다. 발령 첫날,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를 생각하니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교문을 처음 들어서던 9월 1일 아침, 선생님들께서 꽃다발을 주시며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방송으로 시작된 부임 인사를 비롯하여 전일제 강사 계약, 복무 승인, 학부모님 대표님들과의 인사, 부장 교사들과 학교 현황에 대한 업무협의를 했다. 교사들을 만나기 위해 교실로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며 부임 첫날을 보냈다.

이렇게 하루 사이에 교사와 교감의 역할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초중등 교육법 제 20조 2항을 보면,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그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교감의 역할이 53자로 규정됐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학교 구성원들은 저마다 자기의 목소리와 의견을 냈고 요구도 조금씩 달랐다. 교감으로서 적절한 개입과 조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학교의 크고 작은 일들을 챙겨야 하고, 교직원들과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했다.

결재하러 오신 선생님의 얼굴과 이름이 매치되지 않아 곤혹스럽기도 했다. 100여 명에 이르는 교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구분하기 더 어려웠다. 화상이나 소규모로 회의가 진행되다 보니 선생님들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때로는 규정이나 지침, 매뉴얼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있다. 아직 낯설지만 선생님들께서 구원병의 역할을 해주신다. 고맙다. 지금은 수시로 열리는 22개의 위원회 위원장 역할도 하고, 교사들의 근무평정, 다면평가, 학교폭력 기여 대상자 가산점 선정 등 각종 업적 평가도 처리하고 있다.

어쨌든, 30여 년 동안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교육행정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였다. 교직원들과 함께하는, 소통과 존중이 있는 학교생활을 통해 교감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