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영/한국관광문화발전연구소 소장·관광학 박사
박근영/한국관광문화발전연구소 소장·관광학 박사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들은 과거 일본의 부끄러운 잔재라고 생각되어 근대문화유산이 지역 개발에 따라 훼손되거나 철거되면서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측면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도시발전과정을 이해하고, 지역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역할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의 비극과 아픔에 용기가 필요한 시점에 대전지역도 일제의 수탈과 억압의 역사를 상징하는 지역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근대문화유산이 삶의 기록으로 남아 있어 다크투어리즘의 장소로서 잠재적 활용성을 가지고 있다.

대전은 일본대륙진출의 요충지로 1904년 경부선철도의 거점인 대전역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1932년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을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졌다. 대전의 중앙로는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많은 근대문화유산이 분포하고 있다. 이들 근대문화유산은 시대의 사회문화가 반영된 역사적 산물로서 그 성격유형에 따라 다양한 가치가 있으며, 문화관광콘텐츠 기반에도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개발 논리로 많은 근대문화유산이 파괴되거나 훼손되었으며, 현재 남아 있는 유산마저도 관리소홀로 활용과 보존을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근대문화유산의 활용은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고, 아픈 과거 여행으로 반성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 다크투어리즘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이런 점에서 대전 근대도시 100여 년의 역사는 소중한 증거를 낡은 유물로 인식하거나 완전히 허물어서 재개발하는 것은 도시재생의 본질에 역행하는 것이다.

근대문화유산에서 어두웠던 역사를 되돌아보는 다크투어리즘은 식민지 역사에 대한 성찰과 교훈을 제공할 수 있으며, 아픔과 상처의 장소성에 대한 체험을 교과서적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동감의 기회와 참여적 공감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 21세기 이후 교육과 역사가 결합된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다크투어리즘이 결합한 근대문화유산은 새로운 관광콘텐츠가 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단지 관광 활성화뿐만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역할로 다크투어리즘을 지속가능한 관광의 대상으로의 체계 정립과 개념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에는 다양한 근대문화유산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통한 비극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다크투어리즘 장소로 활용될 관광자원이 산재하여 분포되어 있다. 그 중에 대전형무소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던 곳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 있으며, 형무소 망루와 우물이 남아 있다.

대전형무소는 3․1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일제는 독립지사를 가두기 위한 시설로 1919년 5월 대전에 설치했다.

이곳에는 안창호, 여운형, 김창숙 등 많은 독립지사들이 구금됐고, 일제는 이들을 탄압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슬픈 장소이다.

광복 이후에는 시국 사범들과 전쟁포로 등이 대거 수감되는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좌·우익이 번갈아 대전형무소를 장악하고, 상호 무차별 학살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1950년 7월 대전형무소 재소자 중 여순사건, 제주4․3사건, 죄익인사, 보도연맹원 등이 산내면으로 끌려가 학살되었으며, 9월에는 연합군에 쫓기던 인민군이 북으로 퇴각하는 도중 대전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우익 인사와 양민을 우물 속에 생매장하거나 형무소 후문 구덩이에 집단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따라서 대전형무소는 이념 갈등을 이유로 같은 민족을 무참히 살해했던 비극적인 장소이다. 이러한 근대문화유산을 아픈 역사에서의 교훈을 통하여 세계화 시대의 일원으로서 다크투어리즘적 관광주제에 맞는 관광지로서의 적절성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문화관광 상품개발과 유익한 볼거리와 체험을 바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련된 대전시민의 위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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