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시장이 17일 시청 정음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재미교포 김대영씨 유물기증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최민호 시장이 17일 시청 정음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재미교포 김대영씨 유물기증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일보 김공배 기자] 세종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교포 김대영(91)씨로부터 유물 324점(회화144점, 도자113점, 공예·기타 67점)을 무상으로 기증받았다.

김대영 씨는 서울 경복고등학교 재학중 미군 통역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하고 1956년 미국에 정착해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무역업과 부동산업 등 분야에서 활동하며, 이민 1세대를 대표하는 성공한 사업가로 자수성가 했다.

특히 김대영 씨는 미술품과 공예품에 대한 남다른 안목과 혜안을 갖춘 사업가로 수집된 유물을 통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 왔다.

김대영 씨 소장 유물존재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해외문화재 조사·환수 문화재청 산하 전문기관)이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처음 확인하고 지난 5월 해외 문화재발굴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중 기증을 추진하게 됐다.

통상 유물 기증 지역은 기증자의 뜻에따라 이뤄지지만, 김대영 씨는 고향인 서울에 소장품을 기증하려 했으나, 중국·일본회화, 도자기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대한민국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점을 들어 세종 기증을 설득했다.

세종시립민속박물관과 2025년 개관 예정인 향토유물박물관 존재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랜 설득과 협상 끝에 기증자 가족들은 향토유물박물관과 행정수도인 세종의 역사와 문화발전을 위해 수집품 일체를 세종시에 무상 기증하기로 합의했다.

재미교포 김대영 씨가 세종시에 무상기증한 유물(우측부터 백자청화초화문호, 동제보상화문팔화형경, 백자연적, 거울, 도기광구병, 백자청화모란문호, 고족접시 등)(뒤편액자 운보 김기창 판화그림, 겸재 정선 선면산수도 등)
재미교포 김대영 씨가 세종시에 무상기증한 유물(우측부터 백자청화초화문호, 동제보상화문팔화형경, 백자연적, 거울, 도기광구병, 백자청화모란문호, 고족접시 등)(뒤편액자 운보 김기창 판화그림, 겸재 정선 선면산수도 등)

기증된 유물은 겸재 정선의 '선면산수도', 공립 안중식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 운보 김기창의 판화 등이다.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선면산수도는 말 그대로 선면(扇面), 즉 부채형 화면에 그린 산수화다.

심전 안중식(1861~1919)은 조선 말 장승업(1843~1897)의 제자로, 산수화와 행서에 능통한 근대 대표화가로 꼽히고, 운보 김기창(1913 ~ 2001)의 판화는 그의 천진난만한 세계관과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 밖에 이번 기증 대상에는 청초 이석우, 취당 장덕 작품을 비롯해 조선 말엽 공주 탄천에 거주하며 활동한 두산 정술원의 작품이 있다.

또, 19세기 말 북한 해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초화문호'를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사이 제작된 다양한 도자기도 포함됐다.

최민호 시장은 "해외 유물이 수도권이나 국립 대형박물관이 아닌 세종시에 자리잡은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며 "해외소재 유물 수집 사업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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