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구/ 보령해양경찰서장
방영구/ 보령해양경찰서장

봄철 모습을 보이던 주꾸미들이 산란기를 마치고 가을 찬바람이 불자 서해안 바다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더불어 여름철 금어기가 풀리고 지난 9월 1일부터 본격적인 가을 주꾸미 낚시철이 시작됐다.

 매년 이맘 때부터 약 3개월간 천수만, 대천 앞바다, 서천 연도 등의 주요 해상에는 1일 최대 1,000여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밀집되어 주꾸미 낚시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 지역은 연안으로 수심이 적정하고 주꾸미가 서식하기 좋은 바위틈이나 모래펄이 형성되어 있어 좋은 주꾸미 어장이라 할 수 있다.

 올해도 6월 가을철 낚시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주말 예약이 이미 끝나버렸고, 조업 개시 이후부터 일일 평균 400∼500여척이 출조하고 있다. 아직 크기는 작지만 꾼들은 하루에 최대 200∼250마리를 낚아 올리고 있다.  작년 보령시와 서천ㆍ홍성군 등록 어선 약 3천여척 중 가을철(9~11월) 낚시어선은 2만4천여회 출항하였고, 낚시객들은 41만여명이 다녀갔다.  레저기구는 신고의무가 있는 원거리레저기구가 1,318회 출항하였고, 레저객들은 3,920명이 이용하였는데 신고 의무가 없는 연안의 근거리 레저활동까지 합하면 그 수는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로 인해 가을 한철 어업인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만, 낚시어선들과 레저기구들이 주꾸미가 잘 잡히는 포인트에 몰리다 보니 밀집도가 극심해지면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낚시어선들이 포인트를 따라 이동하게 되면 주변의 레저기구들도 이를 따라다니다가 서로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레저기구들은 크기가 작아 선수가 높은 낚시어선이 육안상 확인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물때를 모르고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 낚시중에 배가 얹히게 되거나, 암초에 선체가 깨져 침수ㆍ전복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선박 화재나 폭발사고도 빼놓을 수 없다. 낚시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냉방기, 제빙기, 전자레인지 등의 전력 과부하 및 기관실 유증기(연료유가 증발 기체화된 기름 분자로 온도 상승할 경우 점화 스파크로 인한 폭발 위험) 폭발로 인한 화재 사고도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3년간 이 지역에서 발생한 낚시어선․레저기구 사고 총 381건 중 가을 낚시철에만 약 70%에 달하는 268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였고  충돌ㆍ전복 등 6대 해양사고의 경우 3년간 20건이 발생하였다.  낚시객들이 주꾸미와의 먹거리 씨름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해양경찰은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는 낚시배들을 따라 전투태세에 임하고 있다.

 흔히들 여름 해수욕장 개장 시기를 해양경찰의 성수기로 생각하지만 이곳은 이제부터가 또 다른 성수기이자 전쟁터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수년간 축적된 해양경찰 안전관리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당부사항을 전해드리니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주시기 바란다.
 첫째, 출항 전 꼼꼼한 안전점검은 필수이다. 항해 거리를 감안 밧데리나 연료량을 확인해야 한다. 바다에서 연료 고갈로 표류하는 단순사고도 2차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실 내 배전반에 먼지 쌓임, 배선피복 벗겨짐, 유증기 등은 화재·폭발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출항전에 반드시 그 상태를 필히 점검해야 한다.

 둘째, 항해중이나 낚시 중에는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조금 귀찮더라도 바다의 생명벨트인 구명조끼를 꼭 착용하고, 큰 사고와 직결되는 과속이나 음주 운항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승객들도 선내 주류 반입ㆍ음주가 금지되며 위반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위급상황에 대비하여 국립해양측위정보원이 구축한‘해로드 앱(조석정보, 해상 경위도 위치표시, SOS 긴급전송 등)’을 설치하고, 호루라기 등을 비치하여 이용자의 위치와 위험신호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서로를 돕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출입항시에는 순서와 안전속도를 지키고, 밀집해역에서는 서로를 살피고 이동해야 한다. 

또한, 사고 발생시 해양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인근 선박에서 해상에 표류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구조하거나 응급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표류 위치가 급변할 수 있고, 항행 선박들이 표류자를 보지 못할 경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의미를 새겨주시기 바란다.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욕심이 앞서 위험한 곳을 가거나 조업 포인트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앞 다투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  올 가을 이 곳을 찾는 국민들이 낚시 채비하듯 해양경찰이 제공 하는 안전수칙을 꼼꼼이 채비하고, 주꾸미를 많이 낚아 올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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