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영/대전상대초등학교 교감
                엄태영/대전상대초등학교 교감

A선생님께서 수업을 마치고 상기된 얼굴로 교무실에 오셨다. 우리 학교는 41개 학급에 규모가 크다 보니 교실과 교무실이 멀리 떨어져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선생님들께서 교무실에 오는 일도 거의 없다.

“도저히 그 학생 때문에 힘들어서 수업할 수가 없어요, 교감선생님”

학기 초부터 여러 문제를 야기하여 담임교사뿐만 아니라 관리자들도 관심 갖고 지도하며 지켜보던 학생이었다. 학생이 화를 참지 못하여 친구들에게 해코지하거나 수업에 불참하기 일쑤였다.

“선생님, 내일엔 제가 교무실에서 그 학생을 데리고 지도해 볼게요”

나는 간신히 선생님을 진정시키고 학생의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자녀가 문제행동을 일으켜 담임 선생님께서 매우 힘들어하십니다. 제가 교무실에서 지도해 볼까 하는데 괜찮겠는지요?”

학생 어머니께서 어떻게 반응하실지 몰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러시라고 대답하셨다.

이튿날, 한 학생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교무실로 들어왔다.

“오늘은 교감 선생님이랑 공부하자”

국어 교과서를 읽고 물음에 답해 보도록 하였다. 옆에서 자세히 지켜보니 연필 잡는 자세가 안 좋아 글씨도 엉망이었다.

공책을 꺼내 연필 잡는 법과 글씨 연습을 시켰다.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연필을 잡다 보니 글씨 쓰기 힘들어했다. 자세도 금세 흐트러졌다. 점심을 같이 먹고, 오후에는 과학 공부를 하였다. 발표를 시켰더니 제법 조리있게 말했다.

공부를 마친 후에 “내일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거다?”라며, 내일부터 교실에서 잘 지내보라고 하니, 학생은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네~’하고는 사라졌다.

며칠 뒤 담임 선생님께서 그 학생이 친구들과 잘 지내고 수업에도 잘 참여한다고 전하셨다. 나도 학생에게 사탕 주며 칭찬했다. 어머님께는 집에서 칭찬해 주시라고 전화드렸다.

“고맙습니다” “챙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머님의 목소리가 저번과는 완전히 달랐다. 예전에 권해드렸던 상담프로그램도 참여해 보겠다고 하셨다. 어머님의 반응에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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