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휘/대전광역시의회 부의장
조원휘/대전광역시의회 부의장

지난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일당의 군사반란을 소재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가치를 무참히 훼손한 그날의 일들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재조명하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 여기저기 답답하다는 소감이 가득하다. 필자 역시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올겨울은 북극에서 내려오는 한기로 눈도 많이 오고 무섭게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서울의 봄을 관람한 후 답답한 마음을 달랠 여유도 없이 매서운 겨울바람과 함께 내리는 눈을 보니 불현듯 최전방 화천의 철책소대장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필자가 소위로 임관하여 사단배치 신고식을 위해 도착했던 황량한 산골짜기 연병장 단상 위에는 “대성산 이상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일명 냉장고 사단, 장교 유배지로 불리던 사단이었다. 냉장고 사단은 너무 추워서, 장교 유배지인 사단 내에는 면 소재지 하나 없었다. 첩첩산중 이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GP와 GOP를 비롯한 대한민국 전방사단의 소대장은 70~80%가 ROTC 출신이다. 그만큼 초급장교가 최전방에서 국가의 국방역량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접어들면서 인구 감소 등 여러 사정으로 학군 후보생 지원자가 줄어 초급 장교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최전방은 남·북 간 직접적인 군사대치가 있는 만큼 장교 수급 등 인력수급의 차질은 우리나라 국토방위에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변화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우리나라 최전방의 군사배치가 그런 것 같다.

전 정권시절에 예비사단 일부를 해체 한 거 말고는 휴전 이후에 155마일 휴전선을 따라 배치된 군사력이 대부분 그대로 배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었으니 어느덧 70년이 더 지난 셈이다. 강산이 바뀌어도 7번 이상 바뀌었다. 그동안 국가경제력의 성장과 첨단 과학기술의 고도화를 기반으로 최첨단의 군사 무기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와 발전을 해왔다.

우리는 지금 나로호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남·북 간 군사대치가 있는 최전방에 배치된 군사력은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군 병력의 숫자와 임무 수행 역할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비슷한 것 같다.

M1-16 소총으로 훈련받고 철책을 따라 경계하던 시대와 70년이 지나 첨단 과학장비가 즐비한 지금의 작전개념과 군사 배치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55마일 휴전선을 따라 배치된 군사력을 대폭 줄이고 남는 인건비 예산으로 정밀하고 고효율의 무기 개량하고 배치하여 군역량을 더욱 현대화하여야 한다. 또한 군 병력을 정예화하고 직업군인 부사관 간부를 양성해 군사전문가를 육성하여야 한다. 전투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강군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대성산의 이상무가 지켜질 것이다.

초급 장교의 처우도 더욱 개선하여 문무를 겸비한 유능하고 역량 있는 장교를 육성해야 하며 이들이 훌륭한 리더쉽으로 부하를 통솔하여 대한민국의 영토를 질킬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야 한다.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며 이렇게 추운 겨울날 군복무를 하는 모든 장병들과 간부들을 생각하며 감사와 건투를 빈다. 화천의 최전방 대성산, 적근산을 생각하며 “대성산 이상무‘를 떠올려 본다.

대한민국의 봄을 기다리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