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산한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앞. (사진=이잎새 기자)
27일 한산한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앞. (사진=이잎새 기자)

[충남일보 이잎새 기자] “여기 새조개가 실해요! 들어오세요!”

지난 27일 오후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는 영 한산했다.

하지만 수족관에서 커다란 숭어들이 헤엄치다가 펄떡 뛰며 물을 튀기고 상인들은 분주함을 잃지 않는 활기찬 풍경도 공존했다.

상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손님을 식당에 와달라며 큰 소리로 불렀다.

이곳 복합상가는 2층 구조로 돼 있는데, 2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도 계단으로 나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말을 붙였다.

손님이 가게로 들어오면 상인들은 제철인 새조개를 칼로 갈라 손질하고 멍게나 굴 등을 접시에 담았다. 어떤 가게는 가자미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기도 했다.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이 새조개의 모양이 마치 새 머리를 닮았다며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잎새 기자)

한 상인은 “조갯살 모양이 마치 새의 머리를 닮았다. 그래서 이 조개를 새조개라 하는 것”이라며 껍데기를 열어 기자에게 가장 까맣고 싱싱한 조갯살의 모양을 보여줬다.

매일 새벽 일찍 바다로 나가 남편과 함께 조업을 해 식당에 해산물들을 가득 들여왔다는 다른 상인도 “다음달 20일부터 남당항에서 새조개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지금이 제철이다 보니 찾는 손님들이 꽤 있다”며 “특유의 단맛이 있어 마니아층이 많다”고 허허 웃으며 새조개에 대해 소개했다.

▲ 남당항 어민·상인이 말하는 올해 애로사항은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1층 한 식당에서 분주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상인. (사진=이잎새 기자)

충남도와 남당어촌계 등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도내 총 6509가구, 1만 3155명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홍성 서부면민 중에선 약 120명 정도가 현업 종사자다.

또한 현재 서부면 내 운영 중인 해산물 가게는 68개로, 가족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수산물 가격 조정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이 이들 어민·상인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었다.

정상운 남당어촌계장 겸 남당항축제위원장은 “이상기후가 해수 온도에 영향을 미쳐서인지 자연 생태계에 변화가 있어 해양생물의 자연 서식이 잘 되지 않는 상태”라며 “산란율도 그렇고 개체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어획량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소비자들이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어 수요마저 줄었다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둔화해 어업 종사자들은 인상된 물가와 세금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 계장은 “수요량은 변치 않고 어획량은 줄어드니 수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물가도 오른 상황이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어민들이 다수”라며 “코로나 시기에 장사가 잘 안됐다가 오염수까지 방류되니 소비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 평상시의 3분의 1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가 1층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상인 A(71) 씨는 “수산물 가격이 작년과 똑같은데 경기가 너무 안 좋다보니 올려 받으면 안된다고 한다”며 “요새 세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아나.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일반과세가 문제”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 상인은 “보령 대천항 수산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쿠폰을 제공하는 식의 소비 촉진 대책이 있다고 들었다. 남당항 쪽에서도 이런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

현재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2층 계단 옆의 게시판에는 충남도에서 실시한 방사능 정밀 검사 결과지가 붙어있다.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옆의 게시판에 부착된 방사능 검사 결과지. (사진=이잎새 기자)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옆의 게시판에 부착된 방사능 검사 결과지. (사진=이잎새 기자)

하지만 남당항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 그 효과가 미미하단 의견이 나온다. 현재도 방사능 관련 우려에 수산물 소비를 꺼려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업에 종사한 지 올해로 40년차인 서부면민 B(60) 씨는 “상가 앞에 확실한 증명이 될 검사 결과지를 붙여 우리 지역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걸 알린 것은 좋으나, 방문객이 적다보니 소수만 이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라며 “지자체에서 이와 관련해 적극적인 홍보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상가 1층에서 아내와 식당을 운영 중인 어민 C(63) 씨도 “새조개나 대하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사람들이 좀 몰린다”며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털어놓았다.

▲ 용띠해 맞아 불러 보는 서부면의 희망가

이날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대접할 새조개를 손질 중인 한 상인. (사진=이잎새 기자)
이날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대접할 새조개를 손질 중인 한 상인. (사진=이잎새 기자)

치솟는 물가에 수산물 가격이 안정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서부면 주민들은 마음 속 밝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서로가 이웃이자 가족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입모아 온 동네의 행복을 기원했다.

어업에 50년간 몸 담았다는 한 어민은 “내년은 또 용띠해가 아닌가. 왠지 풍요로울 것 같은 느낌”이라며 “우리 서부면 사람들 모두가 복이 넘치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찬 말을 전했다.

부친을 이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다른 어민도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그저 모두가 번창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같은 입장을 보였다.

전북 정읍시에서 홍성 서부면으로 와 어업에 종사하는 남편과 4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상인은 “우리가 딱히 언질을 하지 않아도 단골손님들은 자주 이곳을 찾아온다. 이 때문에 이왕이면 실한 품목들을 들여오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1층의 한 식당을 경영하는 사장 부부가 각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사진=이잎새 기자) 
남당항 회센터 복합상가 1층의 한 식당을 경영하는 사장 부부가 각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사진=이잎새 기자) 

이어 “나만 장사가 잘 되길 바라진 않는다. 모두가 잘 돼야 좋은 일”이라며 “용띠해에는 남당리 주민 모두모두가 하는 일마다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가족이 대대로 서부면 토박이라 2대가 식당 운영을 함께하고 있는 한 상인은 “당연하지만 최근 오염수 문제로 모두가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단골손님들은 우리를 믿고 계속 찾아준다”며 “주문을 할 때면 ‘알아서 주라’고 해 맛있는 요리를 해다 드린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굴은 저희 할머니가 직접 따오시는 거고 다른 품목들도 아버지가 직접 다 공수해 오신다. 저희 아이들도 먹는 것들이니 최대한 좋은 재료들을 쓰려고 한다”며 “내년에는 경기 침체가 좀 더 풀려 부담이나 걱정 없이 가족들과 식당 운영을 해나가고 싶다”고 바랐다.

딸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 밖 수족관에서 손질한 새조개를 포장하는 상인. (사진=이잎새 기자)
딸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 밖 수족관에서 손질한 새조개를 포장하는 상인. (사진=이잎새 기자)
모친과 함께 운영 중인 식당에서 가자미를 튀기고 있는 상인. (사진=이잎새 기자)
모친과 함께 운영 중인 식당에서 가자미를 튀기고 있는 상인. (사진=이잎새 기자)

아산시 온양동에서 25년 전 이사를 왔다는 한 상인은 “큰 감염병이 한동안 전국을 휩쓸었고, 이번엔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모두가 건강하고 탈 없는 나날을 보내기만을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상가 2층에서 손님들을 부르던 두 상인들도 “2023년에는 다른 나라의 전쟁 소식도 들려왔고, 무서운 뉴스도 많이 접했다”며 “올해는 그런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남당항 모두가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희망찬 메세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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