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연합뉴스]
[글·사진=연합뉴스]

지난 25년간 영국 정치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은 옥스퍼드대 출신이다. 1983년부터 1998년 사이에 옥스퍼드를 다닌 이들 가운데 5명이 2010년 이후 총리가 됐다. 1940년부터 따지면 모두 17명이 총리를 지냈는데, 이 중 13명(76.4%)이 옥스퍼드 출신이다. 통상 영국 양대 명문으로 통하는 케임브리지대 출신은 이 기간 단 한명도 없었다.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사이먼 쿠퍼가 쓴 '옥스퍼드 초엘리트'(글항아리)는 같은 대학 출신으로 보수당을 장악한 정치인들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대학 동문 보리스 존슨, 대니얼 해넌 등이 영국을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자, 자신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과거를 파헤친다. 옥스퍼드 초엘리트인 이들은 대부분 이튼과 같은 사립 기숙학교 출신이다. 십 대 때부터 인맥을 형성해 옥스퍼드에 입학한다. 상류층 부모를 둔 그들은 중산층 출신의 동기들을 이방인 취급한다.

또한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일찍이 정치 감각을 익혀 의회 진출을 노린다. 그들이 추구하는 건 '노력하지 않는 우월성. '노력파'나 '공붓벌레'를 하찮게 여긴다. 대신 그들이 몰두하는 건 일필휘지로 글을 쓰는 능력, 촌철살인의 수사학, 능수능란한 사교술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이전에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주제에 대한 브리핑을 몇 분 안에 소화한 다음 국제 정상회의나 양자 회담에 가서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옥스퍼드는 수백 년 동안 흔들림 없는 권력의 아성이었다. 그러나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유럽 탈퇴의 심층 원인으로 지목된 옥스퍼드 그룹은 그 실체가 더 이상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을 수 없었다.

저자는 브렉시트파의 집단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이 책의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면서 브렉시트는 옥스퍼드에서 부화했다고 주장한다.

책의 원제는 '첨스'(Chums). 주로 대학에서 사용하는 속어로, 동료라는 뜻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