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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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4대 종교인 노래 모임을 표방하며 4명의 성직자가 2022년 결성한 '만남중창단'이 행복을 주제로 한 대담을 책으로 엮어 눈길을 끈다.

만남중창단 구성원인 불교 성진스님, 개신교 김진 목사, 천주교 하성용 신부, 원불교 박세웅 교무는 최근 펴낸 신간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불광출판사)에서 불안, 분노, 좌절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종교는 다르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행복의 비결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박 교무는 사람들이 행복이란 말에서 조건을 떠올리고 그것이 갖춰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행복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아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에서 나온다"고 규정한다.

하 신부는 "지금 내 존재 자체가 행복"이라고 정의한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내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며 억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지금의 나, 살아 숨 쉬는 나를 향한 만족과 감사야말로 행복의 시작과 끝"이라고 역설한다.

성진스님은 "나를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며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역으로 고통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김 목사는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를 관통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이 에너지가 시기, 질투, 불안, 두려움으로 가득하면 삶이 불행의 연속이 되고 사랑, 자비, 감사, 창조의 에너지로 채워지면 행복으로 충만할 것이라며 삶의 시선을 바깥으로만 돌리지 말고 자기 내면으로 돌려보라고 당부한다.

네 성직자는 행복한 일이 매일 있다고 말한다.  평온함을 행복의 하나로 꼽은 성진스님은 평범한 일상이 곧 행복이라고 한다. 

하 신부는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냥 행복하기 때문에 행복이 깨지는 일이 없다고 단언한다. 김 목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설교에 깊은 공감을 보일 때 더없이 행복하다고 소개한다. 박 교무는 새벽의 차고 맑은 공기, 아내가 차려준 따뜻한 밥, 아이들의 웃음과 같은 소소한 일상이 곧 행복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행복을 거저 얻는 것은 아니다. 나태함을 경계하고 부지런한 일상을 보낸다.각자의 역할이 정해진 절 생활은 기본적으로 성진스님에게 게으르게 지낼 틈을 주지 않는다.

천주교 신부들은 안식년에 택시 운전을 하거나 청소부로 일하기도 하는데 하 신부는 안식년이 되면 신문 배달을 해볼 생각이다. 김 목사는 설교 준비로 번아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박 교무는 아픔과 슬픔을 털어놓는 이들을 만나는 동안 스스로를 성찰하게 된다고 전했다.

돈을 부정하지 않지만, 돈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 네 성직자의 공통된 당부다.
하 신부는 돈의 쓰임을 잘 알고 잘 쓰지 못하면 돈이 삶을 좀 먹는 족쇄가 된다고 지적한다.

성진스님은 "돈을 앞에 두고 아무리 좇아 봐야 못 따라잡는다"며 "돈이 나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돈이 중요하다"면서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이 얼마나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지를 깨달으라고 충고한다. 박 교무는 돈벌이를 마음을 단련하는 훌륭한 도구로 삼으라는 역발상을 제시한다.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을 지닌 4명이 어떻게 함께 활동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은 성진스님이 들려주는 일화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대학교 토크 콘서트에서 아버지가 목사님이라고 밝힌 한 학생이 템플스테이를 다녀와도 되는지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내가 답을 해야 하겠거니 하고 마이크를 잡으려는데 '그럼요. 얼마든지 다녀오세요'라고 옆에 앉은 김진 목사님이 주저 없이 답하셨습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충실하게 살면서 상대의 믿음도 소중히 생각하면 다름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종교인의 삶에 관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한 달 생활비는 어느 정도이며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도 들려준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은 아니지만 천주교는 '투잡(부업) 금지'가 원칙이다. 성진스님은 복장과 헤어스타일 때문에 애초 본업이 아닌 일에 종사하기 쉽지 않다며 독자의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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