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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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지. 내 살아생전에는 송전탑이 안 뽑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나는 괘않다.(괜찮다) 내사 살날이 얼마 안 되고,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뽑히면 그만이지. 느그가 할 거잖아. 나는 걱정 안 한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올해로 19년째다. 정부가 2005년 울산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영남권에 보내기 위해 밀양을 지나는 송전탑 건설 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그해 밀양 주민들이 반대 집회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주민 반대에도 2014년 6월 행정대집행을 통해 반대 주민 농성장을 철거한 후 송전탑을 세웠다. 현지 주민들은 공사를 인정치 않았다. 한국전력이 주는 합의금도 받지 않았다. 나아가 시민단체들과 연대, 탈핵 운동에 앞장섰다.

'밀양을 듣다' '송전탑 뽑아줄티 소나무야 자라거라' 등 전작을 통해 밀양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해온 김영희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2014~2019년 밀양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구술 인터뷰를 담은 새 책 '전기, 밀양-서울'을 펴냈다.

저자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이 탈핵 운동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촘촘히 그린다. 그는 밀양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폭력을 비판하고, 그로 인한 마을공동체 파괴 과정을 들여다본다. 아울러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속에서 피어난 여성 연대와 탈송전탑·탈핵운동가로서 '밀양 할매'를 조명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에너지 정의와 탈핵 운동의 역사를 기술할 때 가장 먼저 호출해야 할 이름이 바로 '밀양 할매'라고 말한다. 강원도 홍천군을 비롯해 전국 여러 도시에서 발발한 탈핵 운동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다.

"밀양 할매'는 귀엽고 순수하며 순박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할머니를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탈송전탑 탈핵 운동가이자 에너지 정의를 실천하는 활동가를 부르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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