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특별사면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정문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특별사면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정문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남일보 한내국 기자] 본궤도에 오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며 폭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계 인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날 컷오프(공천배제)되면서 잠복해있던 '문명(文明) 충돌'의 뇌관이 터진 것으로, 비명계 인사들의 줄탈당이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전날 박영순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이날은 설훈 의원까지 탈당 회견을 했다. 공천 국면에서 김영주 국회부의장, 이수진(동작을) 의원까지 포함해 4명째다.

여기에 이날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전략공관위에 요청하겠다고 발표, 홍 의원에 대해 사실상 컷오프 수순을 밟고 있어 원심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이 진행한 현역 의원 평가 및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하던 비주류 의원들의 인식이 의심 수준에 머물던 '비명계 찍어내기'를 확신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하나둘 탈당 결심을 굳혀가는 모습이다.

비명계들은 이날 임 전 실장 컷오프를 거세게 비난했다.

홍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 "온 국민들이 정치 검찰, 윤석열 독재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친문, 비명, 반대파 심판에 지도부들이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당의 완성, 사당화의 완성 때문"이라며 "8월 당 대표 경선이나 2027년 대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라이벌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임 전 실장 등 3명을 살펴봐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는 물음엔 "충분히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최재성 전 의원 역시 KBS 라디오에 나와 "(임 전 실장 공천 배제는) 100% 이 대표의 생각으로, 이 대표가 기괴하게 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설 의원에 이어 홍영표 의원과 전해철 의원 등 하위 평가를 받은 비명계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홍 의원은 라디오에서 부평을의 전략 지역 지정과 관련, "홍영표를 완전히 밀어내려는 작전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탈당 등의 선택지가 열려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특히 "(탈당자가) 5명에서 10명까지 될 수도 있다"며 줄탈당 수준을 넘어 집단 탈당으로 당이 쪼개질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당내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이 탈당 후 가칭 '민주연대'를 만들어 선거 전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의 연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관위가 김근태(GT)계로 분류되는 기동민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을 전략공관위 소관으로 넘긴 문제도 화약고의 하나다.

공관위는 '라임 환매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점을 들었지만,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인 친명계 이수진(비례) 의원에겐 경선 기회를 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공관위는 기 의원이 기소된 혐의 중 정치 자금 수수는 부인하나 양복을 받은 점은 인정했다는 점에서 혐의를 아예 부인한 이 의원과 다르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진 의원과 경기 성남중원 지역구 경선에서 맞붙는 윤영찬 의원은 "왜 두 분에 대해 다른 잣대인지 당에서 설명해야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비명계를 비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사의를 밝히고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4년 전 총선에서 친문 아닌 국회의원 후보가 있었느냐. 다 문재인 이름을 걸고 후보가 되고 당선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이재명은 안되나. 시대 흐름에 대한 몰이해이고 역행"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최고위원은 "조용한 공천이야말로 누군가 깊게 개입한 사천일 가능성이 높다"며 "성적이 좋지 않다고 당의 공적 평가 시스템을 마구잡이로 흔드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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