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 획정.
.거구 획정.

[충남일보 한내국 기자] 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여야가 '꼼수'를 동원한 끝에 선거구 획정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그 다음 총선에선 더 큰 난제로 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여야가 최근 진통 끝에 통과시킨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에서 254석으로 늘었다. 대신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기 위해 비례의석을 47석에서 46석으로 줄였다.

여야 모두 영·호남 텃밭의 지역구 의석수를 사수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이는 꼼수를 쓴 것이다.

여기에다 여야는 서울·경기·강원·전남·전북에 '특례지역' 5곳을 설치하는 땜질 처방도 했다.

유권자가 줄어드는 자치구와 시·군에서 인구수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이른바 '공룡 선거구'가 탄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특례지역에서는 예외적으로 시군구의 일부 분할이 허용된다.

하지만, 꼼수와 땜질만으로 선거구 획정을 넘기는 방식은 갈수록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때문에 선거구의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이라는 2가지 원칙이 충돌해서다.

선거구 획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평등선거다. 이는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한 가치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만들려면 선거구당 유권자 수를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헌법재판소는 인구 편차 허용범위를 4대 1에서 3대 1, 2대 1로 서서히 좁혀왔다. 이번 총선 선거구를 정할 때도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인구 편차 허용범위를 13만6600∼27만3200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현상이 나타나는 선거구의 경우 인구 편차 허용 범위를 지키기가 어렵다. 만약 유권자가 줄어드는 선거구에서 지역 대표성만 앞세운다면 유권자 한명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가 다른 선거구보다 커져 평등선거 원칙에 금이 가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인구 비례성을 맞추려면 선거구를 넓히는 수밖에 없다.

작년 12월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원안에도 강원 철원·화천·양구·속초·인제·고성을 합친 공룡 선거구가 포함됐다. 6개 시군 면적은 4918㎢로 강원도의 29%, 전체 국토 5%에 달했다.

문제는 인구 감소 등으로 공룡 선거구 탄생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228곳 가운데 소멸위험 지역은 2018년 89곳(39%)에서 작년 118곳(52%)으로 늘었다.

3일 국회와 선관위에 따르면 인구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이 충돌하는 선거구 획정의 모순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원 설치, 시도별 의석수 배분, 의원정수 확대 등이 거론된다.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조정안.[연합뉴스]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조정안.[연합뉴스]

선관위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선거구 획정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양립시킬 대안으로 양원제 도입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양원제 모델은 미국 의회다. 미 상원은 50개 주에서 동일하게 2명씩 총 100명을 선출하고, 하원은 인구 비례로 총 435명을 뽑는다.

시도별 인구에 비례하게끔 전체 의석수를 배분하고, 이를 정해둔 비율에 따라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으로 나누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는 지역 대표성 측면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인구수는 5131만3912명이므로 938만4325명(18%)이 거주하는 서울에는 총 의석을 55개 배정하고, 이를 지역구 의석 46개와 비례대표 의석 9개로 나누는 식이다.

선관위는 의원 정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높일 것도 제안했지만, 작년 3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7%가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보다 줄여야 한다고 답한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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