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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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와 방송사에서 33년간 언론인으로 일하다 퇴직한 저자는 55살에 발레 슈즈를 신었다. 지난해 봄 갑작스럽게 은퇴한 그는 현실의 무게를 잊게 해줄 몸 쓸 일이 필요했고 어린 시절 로망이던 발레 학원에 등록했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는 일은 그야말로 생고생이었다. 기본 발 자세인 턴아웃과 푸앵트부터 몸에 밴 습관에서 벗어나는 낯선 도전이었다. 근육통에 시달리고, 균형을 잃어 꽈당 넘어지고, 똑같은 지적을 몇 달째 들었다. 쉰을 넘겨 초보자가 되니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저자는 안 되는 동작을 수십, 수백번 연습하면서 '근테크'(근육+재테크)를 넘어 삶의 통찰을 얻었다.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는 동작인 플리에에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태도를 배웠다. "우리 인생에서도 고비마다 안전하게 착지하기 위해 플리에가 필요한 순간이 수없이 찾아온다."

느린 음악에 맞춰 다리를 들어 올리는 아다지오, 한 다리로 선 채 나머지 다리를 뒤로 들어 올려 쭉 뻗는 아라베스크에선 흔들림 없이 버티는 힘을 익혔다.

제자리에서 한 발로 팽그르르 도는 피루엣을 통해 집중하는 법과 힘겨운 과정 끝의 성취감을 일깨웠다. 중심을 잃고 수없이 주저앉던 그에게 발레 선생님은 말했다. "원래 넘어져 봐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책은 저자가 언론인으로 일한 33년과 춤을 춘 1년의 기록이다. 발레 수업은 기자, 앵커, 첫 여성 임원 등 도전의 연속이던 그의 삶을 반추해주는 인생수업이었다.

저자는 "도전하기에 너무 늦은 때라는 건 없다. 그러니 부디 나이를 핑계로 안온한 현재에 그냥 머무르지 말기를"이라며 우리 인생의 '그랑 주떼'(하늘을 나는 듯이 높이 멀리 뛰는 점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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