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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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각본을 맡은 '위민 토킹'(Women Talking)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세라 폴리의 첫 에세이다.

저자는 4살에 스크린에 데뷔해 캐나다 대표 아역배우로 활동했고 10대 시절부터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27살에 직접 각색한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 2006)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고 '우리도 사랑일까'(2011),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2012)를 발표해 유수의 상도 받았다.

여섯 편의 에세이가 담긴 책은 삶에서 성공한 그가 감독이자 작가, 한 여성으로 겪은 위험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보호받지 못한 아역 시절, 들킬까 봐 두려웠던 무대공포증, 수년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성폭력 피해 경험, 암투병하던 엄마의 죽음, 뇌진탕 후유증 등 지금껏 피해왔고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일찍이 제작 현장의 부당한 위계 구조와 부조리에 눈떴고, 쇼비즈니스 산업에서 아이, 여성, 비백인 등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성을 인지했다.

2014년 캐나다 CBC 라디오의 인기 진행자에 대한 성폭력 고발이 잇달아 나왔을 당시, 자신도 10대 시절 '악마의 손'에 당한 피해자였던 기억을 복구하고 침묵을 결정한 과정은 고통스러운 고백이다. 두려움, 무력감이 수없이 교차했다. 가해자는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다. 가혹한 재판 과정을 겪은 피해자들만 남았다. 저자는 모순된 기억, 비일관성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증거였을지 몰라도 "피해자라는 더 없이 명백한 증거"라고 말한다.

내밀한 기억을 비로소 꺼내놓을 수 있었던 건 뇌진탕 후유증으로 만난 의사의 조언 덕분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 기억해요. 위험을 향해 달려요."

이 말은 폴리의 인생에서 일종의 주문이 됐다. 과거와 대면한 이 기록도 "위험을 향한 달리기의 한 형태"이다.

그는 "이 이야기들이 내 성년의 삶에서 공명하면서 어릴 때보다 더 나은 방향성을 띠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짊어지기 더 가볍고 쉬워졌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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