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부터 성년의 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유독 많다. 그런데 올해 5월은 여느 해보다 유독 기다려졌고 또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세계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국민들은 바깥 활동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실천했다. 그런 탓에 타지에 있는 가족 간의 만남도 쉽지는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조심스럽게 예전의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때마침 황금연휴까지 찾아왔고, 어버이날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과 형제, 자녀 등 가족과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급증한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어르신에게 주는 피해와 위험도는 타 연령층에 비해 훨씬 컸다. 이 때문에 부모님은 자녀와 손주 걱정, 자녀들은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기가 어려웠고, 전화로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지내왔다.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가족의 울타리 안까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렇듯 가족 내에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가족문화 덕분이다. 더욱이 구성원 중 확진자나 격리자가 있었다면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며 코로나 19를 극복한 사례도 있었다. 경북 청도에서 80대 할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자, 손자가 직접 방호복을 입고 병실을 지킨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다.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가 걱정된 손자는 감염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간호를 도맡았다고 한다.

치료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손자의 특별한 간호가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전염병도 지고지순한 효심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또한, 손자의 효심에 감명받은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더욱 가슴 따뜻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가족제도는 대가족에서 점점 핵가족화됐다. 요즘 들어선 1인 가족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가족의 기능이 약해지고, 가족에 대한 인식도 변화되고 있다. 또한,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난, 개인주의가 심해지면서 가족해체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그래도 여전히 사회에 미치는 가족의 영향은 지대하다. 가족은 서로의 유대감과 신뢰를 쌓으면서 구성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코로나19사태와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곁에서 응원해주고 힘을 주는 이도 바로 가족이다. 우리는 위기를 통해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버텨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고, 며칠 전 대전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왔다. 사랑했던 가족을 잃은 슬픔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지만, 확진자 모두의 완치 소식을 기다렸던 필자에게도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에게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

가정의 달은 앞으로 남은 날이 더 많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맞이한 5월, 우리 모두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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