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이 큰 인수공통 감염병이 앞으로 잦은 빈도로 발생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공장가동, 물류이동이 줄면서 화석에너지 사용감소로 대기의 질이 조금 좋아지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빨리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야 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염병의 원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생태를 파괴하고 간섭한 결과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감염병 발생도 줄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인간중심 가치관에서 생태중심 가치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태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이들의 서식처(환경)를 동시에 포함하는 개념이다.

1968년 서유럽의 지도급 인사들이 환경문제에 대한 연구의 절실함을 느끼고 결성한 ‘로마클럽’은 인간‧자원‧환경문제에 관한 미래예측보고서에서 환경문제 때문에 인류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2년 브라질 리오에서 인류생존과 직결된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세계 환경정상회담을 개최하고, UN차원에서 당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대 환경협약 (1993년 생물다양성협약, 1994년 기후변화협약, 1996년 사막화방지협약)이 체결됐다.

생물다양성협약이 체결되고 20년이 되던 2012년에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UN 3대 환경협약의 성과를 분석했다. 환경협약의 당사국총회 개최, 각종 규제 등은 잘 이행했으나 생물다양성은 더 훼손됐고, 기후변화와 사막화는 더욱 심각하다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지구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최근 영국 엑시터대 연구팀은 산림벌채, 도시화, 농지면적 증가가 동물의 행동변화를 일으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초래했다고 학술지 ‘포유류 리뷰’에 발표했다.

인간이 사용하는 생활과 거주지 면적은 산림훼손과 생태계 파괴로 크게 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동안 매년 약 1300만㏊ 삼림이 훼손됐고, 세계 농지면적은 약 11% 증가했다.

2050년이면 거주지와 사회기반시설은 지금의 3억㏊에서 약 6억㏊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간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박쥐 등 야생동물은 서식지가 사라지게 되자, 먹이나 서식지를 찾아다니면서 인간, 가축과 접촉기회가 늘어나 바이러스를 옮긴다.

20세기 들어와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 감염병에 속한다. 박쥐는 약 200종의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산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2010년부터 기후와 환경변화가 인수공통 감염병 출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해 왔다. 기후변화도 인수공통 감염병의 출현을 촉발하는 데 기여했다.

영국의 저명 영장류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 박사는 지난 6월 ‘세계 사육에 관한 동정(同情)’ 행사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산림훼손, 종의 멸종, 서식지 파괴 등 인류가 환경과 동물을 존중하지 않아 자초한 결과로 인류가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국내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자연을 덜 건드리는 삶의 방식을 통해 신종 감염병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생태백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전염병의 역사분석을 통해 팬데믹의 원인은 인간의 생태계 교란에 기인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명의 발전을 이루면서 생태계와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과학과 기술’ 6월호에서 강조했다.

기후위기시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 전염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간욕망에서 생태중심의 생명가치관으로 대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미래의 감염병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생태보존과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정말 소중하다고 깨닫는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무분별한 생태를 훼손하는 일은 막아야 하며 UN 3대 환경협약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UN에 가장 혜택을 본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해 UN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내용은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K-방역, K-문화처럼 K-생태가치관을 생활화하면 품격 있는 대한민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지속가능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말이 아닌 생태중심의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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