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포함) 23%, 식량자급률 45%는 국가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다.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공급되는 식량의 30% 정도가 낭비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챔피언 급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곡물 등 물류 이동 제한과 기상 재앙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현재 세계인구 78억 명 가운데 식량과 영양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10억 명에 달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 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소비하면 30년 후에는 지금의 1.7배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 위기 시대, 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식량을 생존 차원에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조천호 前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지난 7월말 신문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가장 무서운 점은 식량부족이기 때문에 ‘기후악당’이 된 대한민국이 식량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기후변화대응지수는 61개국 가운데 58위로 국제시민단체들이 우리를 기후 악당으로 평가했다. 저명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한국이 당면한 문제를, 부족하다는 ‘FEW (Food, Energy, Water)’로 설명했다. FEW 가운데 생존에 필수인 식량(Food)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물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물 관리가 부족하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하루 음식물쓰레기 발생은 1만4000t이다. 이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8천억원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음식물쓰레기의 70%가 가정과 소형음식점에서 발생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유통과 조리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공급되는 식량의 30%가 낭비되고 있어 현재의 낭비 수준을 반으로 줄이면 식량자급률이 15% 늘어나 60%에 달할 수 있다.

농업생산으로 식량자급률을 1% 올리려면 1조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농지가 매년 1%정도 훼손되는 상황에서 농업생산 증진은 어려운 현실이다.

식탁 위의 모든 음식은 인간세포와 마찬가지로 유전자로 구성돼 있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사람은 약 2만4000개이지만 쌀 등 식물은 약 3만7000개이다. 한 개의 유전자도 A·G·T·C 네 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고 유전자의 길이, 구조도 동‧식물은 거의 같다.

생명의 본질이 DNA라면 음식을 버리는 것은 생명체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과 에너지, 땀이 필요하다. 음식을 요리하기 위해서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음식쓰레기가 발생되면 이를 처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OECD국가 가운데 식량이 가장 부족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식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어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식량정책과 음식물 낭비는 일본과 중국을 반면교사로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은 곡물자급률을 29%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생산량과 해외에서 생산, 조달하는 물량까지 합한 식량자주율은 100%가 된다.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아깝다는 ‘못따이나이(もったいない)’를 배워 음식물과 물자의 낭비를 최소화하며 특히 음식물 낭비는 죄악으로 여긴다.

중국은 식량농업정책을 최우선 국가정책으로 설정하면서 곡물자급률 95%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급식당에서 손님을 접대할 경우, 우리처럼 많은 음식을 대접하지만 남는 음식은 포장해가는 ‘따바오(打包)’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어 낭비가 적다. 1인당 음식물 낭비는 우리가 중국의 10배나 된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음식이 생명이라는 인식과 생태 중심의 생명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미래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할 수 없을 수 있다.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실행력 있는 국가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농업농촌식품산업기본법’에서 매 5년마다 식량자급 목표치를 설정하고 노력하도록 되어 있으나 장롱 속의 법처럼 유명무실하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당초보다 감소해도 국민과 언론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빨리 구속력 있는 ‘(가칭)식량안보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식당에서는 밑반찬 종류 줄이기, 기본 반찬 셀프배식, 남은 음식 가져가기 등 근본적으로 음식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제시와 각종 인센티브(친환경 모범식당 지정 등)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언론은 음식쓰레기 제로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우선 나부터, 가정부터, 직장부터 솔선수범해 식탁에서 작은 혁명을 이뤄야 할 때다. 기후위기시대 식량·에너지·환경은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식탁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