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국장
한내국 국장

[서울취재본부. 국장] 코로나 19 신종감염병의 습격과 부동산 폭등에 이은 유례없는 폭우 장기화로 한국이 몸살이다.

신종 감염병 코로나19의 예고없는 급습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국민공포감과 생존 위협이 높아진 가운데 연이어 찾아든 유례없는 긴 장마와 폭우로 온 국토가 물에 잠기고 생활터전을 잃는 시련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기엔 당연 민심이 흉흉할 터. 우리 환경도 다르지 않다. 옛부터 전쟁이나 기근, 홍수로 물난리를 겪게 되면 백성의 삶이 곤궁해지고 덩달아 민심도 흉흉해 졌다. 그만큼 백성들의 생계가 어려워 진 이유 때문이다.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덤 앞에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했다. 그 부인이 대답하길 오래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게 죽음을 당하고 저의 남편 또한 호랑이에게 변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아들마저 호랑이게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했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無苛政)'라고 짧게 대답했다.

자로의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也)"라고 했다.

춘추 말엽 노(魯)나라의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은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가정(苛政)이란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를 뜻한다.  정(政)을 징(徵)의 차용으로 보아 '번거롭고 무서운 세금과 노역'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이나 노역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진정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혹한 정치로 변한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내려가고 있다. 상대적 반사이익을 야당이 누리게 됐다. 시시비비를 떠나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재해와 전염병,어려워진 정책이 먹고 사는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면서 민심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환경을 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정치권의 숙제다. 지금의 여당은 감염병에 잘 대처했다며 국민적 지지를 받고 과반이 넘는 다수당이 됐지만 채 3개월만에 몇가지 대처를 잘못했다 하여 여론의 싸늘한 질책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부동산 급등에 의한 생활의 위협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소비시장이 침체되면서 일자리가 위협 받으면서 먹는 문제도 위협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례없는 진 장마와 쏟아지듯 퍼붓는 폭우로 세간마저 다 잃는 등 고통이 겹겹으로 쌓이고 있다.

부랴부랴 정치권이 물난리를 겪은 주민을 향해 달려갔다. 함께 땀을 흘리면서 고통을 감당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이익셈법에 몰두했다. 내가 먼저다라는 자조어린 구애도 나왔다. 저질이고 꼴불견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굳이 이들 여론 수치에 여러 해석이 따를 수 있겠으나 그 특징을 기상도로 표현하면 '민주당 흐림, 통합당 갬' 정도일 듯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야 정치권 스스로 가장 잘 알 것이다. 여권은 실수와 실정으로 점수를 잃었고 야당은 그 덕을 본 거다.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는 미래통합당도 자만해서는 안된다. 자력이 아닌 반사이익에 따른 지지율 상승이라는 정확한 현실인식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자만을 경계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수권정당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여당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토록 국민 삶이 피폐한 데에는 모든 정치권에 책임이 있고 그런 점에서는 정치권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가정(苛政: 가혹한 정치)으로 국민을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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