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최근 인터넷 지식백과 사전에 신조어가 등장했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가 그것이다. 이 말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여기며 삶의 방식을 재정의한 인류를 지칭한다고 한다. 이른바, 5장7부를 가진 신인류의 등장을 수식하는 조어다.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가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도서관 등은 문을 닫았고 전시, 공연 등 대부분의 행사들은 ‘온라인’ 형식으로 변경되었다. 비대면만이 살길이라고 하니, 생존을 위해선 고민의 여지없이 포노 사피엔스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 역시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 대신 ‘온라인’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종래 키아프는 오프라인 페어로 대규모 전시장에서 3, 4일간 열렸지만 온라인 뷰잉룸의 형식으로 지난 16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약 한 달 간 개최된다. 최저 몇백만원에서부터 최고 몇십억에 이르는 예술작품들이 거래되는 미술시장이다 보니, ‘온라인 뷰잉룸이 실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어 참여 갤러리들의 매출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미술품을 보지도 않고 구매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 그 이유이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의 등장이 정당화된 ‘비대면’이 미덕인 사회가 된지 어느새 일 년 가까이 되었다. 광장에서의 만남과 함성이 우리 사회의 혁신과 변화를 가져왔던 때는 그저 역사에 기록된 사건으로만 남았다. 광장보다는 ‘방구석’이 대세이고 작건 크건 사이즈에 관계없이 온라인 속 세상만이 살길이 되었다. 이제 세계는, 전지구화를 이끌던 ‘자본주의’ 대신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 바야흐로 바이러스의 전구지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코카콜라와 맥도날드가 국경을 넘어 지구촌을 하나로 묶었던 것과는 달리, 바이러스는 각 나라의 경계를 봉쇄하고 사람간의 만남을 경계하게 한다.

한편, 근래 코로나19로 올해 가을까지 공연을 전부 취소한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들의 버스킹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 필 연주단원들은 ‘뉴욕필 밴드 왜건’이라는 픽업트럭을 끌고 공연장이 아닌 길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친다. 클래식 연주자들의 버스킹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공연장의 권위를 벗어버렸다고 비판하거나, 사람들을 바이러스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버스킹은 온라인이 전하지 못하는 ‘예술’의 살아있음 때문에 많은 이들의 환호와 갈채를 받고 있다.

언제쯤이면 다시 친구와 가족, 사람을 만나 따뜻한 살갖을 비빌 수 있을까. 예술작품 앞에서 소름돋는 감동과 인간의 인간다움에 감탄하며 눈물 흘릴 수 있을까. ‘비대면’ 시대의 예술이 살아나는 방법은 꼭 온라인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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