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뇌신경센터 유주영 교수.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뇌신경센터 유주영 교수.

70대 후반의 A 씨는 이틀 전 어지럼증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하다고 생각해 집에서 쉬었는데 하루가 지나도 어지럼증이 여전해서 병원에 내원했다. A 씨는 내원 당시 똑바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양상을 보여 Brain MRI 검사를 받았고 뇌간 부위로 뇌경색을 진단받았다.

50대 초반의 B 씨는 이틀 전 어지럼증이 발생했다. 천장이 빙빙 돌았고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 이후 지속되는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내원 후 전정신경염으로 진단받아 치료 후 호전됐다.

위의 두 경우는 중추성 어지럼증과 말초성 어지럼증의 예시다. 두 경우 모두 이틀 전에 어지럼증이 발생했지만 A 씨는 심각한 원인이었고 B 씨는 비교적 위급하지 않은 원인이었다. 만약 A 씨의 경우 단순 어지럼증으로 치부해 병원에 내원하지 않았다면 증상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어지럼증은 초기에 원인감별이 중요하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 원인으로 나누거나 전정계와 비전전정계로 나눈다. 중추성은 뇌와 같이 중추신경계의 문제로 인해 생기는 경우이고 말초성은 귀의 전정신경과 같이 말초신경계의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그리고 전정계는 몸의 균형을 잡는 전정기관의 문제이고 비전정계는 전정신경의 문제는 없는 경우이다.

먼저 어지럼증이 뇌경색이나 뇌출혈, 뇌종양과 같이 뇌로 인한 경우에는 걸음이 이상해지고 말이 어눌해지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들이 동반된다. 또는 한쪽 손과 발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자로 걸어보게 되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므로 어지럼증이 있다면 한번 걸음걸이를 확인해보자.

다음으로 어지럼증의 원인은 말초성 전정기관의 문제이다. 대부분 어지럼증이 이에 해당한다. 전정기관이란 우리가 한 발로 설 때 쓰러지지 않고 몸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작동하는 기관으로 말초신경계 중 귀의 반고리관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석증이 귀의 반고리관 문제인 경우다. 귓속 이석이 떨어지면 반고리관 내림프액의 흐름에 방해하여 자극을 유발하면서 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석증이 발생하면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갑자기 목을 뒤로 젖히거나 돌릴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구역감이나 구토 증상이 동반된다. 증상이 가볍다면 휴식을 취한 후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그 외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긴 전정신경염이나 이명, 난청, 이충만감, 어지럼증의 증상을 지닌 메니에르병이 전정계 어지럼증의 대표적 질환이다. 이들 모두 어지럼증이 심하긴 하지만 지속해서 걸음이 이상해지거나 근력 약화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뇌의 문제도 아니고 전정기관의 문제도 아닌 경우는 무엇일까. 심혈관질환이나 빈혈, 심인(心因)성의 경우가 해당된다. 증상은 빙빙 도는 어지럼증보다는 가만히 있다가 이따금 발생하는 아찔한 어지럼증으로 나타난다. 각각의 원인별 어지럼증의 증상을 보자면, 부정맥이나 심부전으로 인한 어지럼증의 경우 불규칙한 맥박, 숨참, 두근거림, 흉통 등이 동반한다.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은 창백한 얼굴이 보이거나 출혈의 경향성이 보이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이 외에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자율신경 기능 이상으로 인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복용하는 약물로 인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항생제나 진정제 중 일부는 전정신경계에 독성을 보일 수 있으며 전정기능 억제를 하는 약물의 장기간 복용은 어지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복용약물과 관련하여 의사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에 대한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한의학적 치료를 함으로써 머리와 목 주변의 근육 긴장을 완화 시켜주고 체력을 회복 시켜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고 자율신경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특히, 재발이 반복되는 만성 어지럼증에 효과가 좋다.

어지럼증의 재발을 막기 위한 생활 관리는 규칙적인 운동, 과도한 스트레스 피하기, 과로를 피하기 등이 있다. 그리고 전정 재활 운동을 지속해서 해주면 더 빨리 호전되고 이후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메니에르병의 경우는 저염식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성 어지럼증으로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면 전정기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으므로 만성화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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