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충남일보 김태진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가능성에 분양권 웃돈이 없는 '무피(제로 프리미엄)' 매물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대전 지역 정비사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올들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 거래량이 줄며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 여기에 건자잿값 인상 등의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동력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중단 사태 장기화로 인한 악재까지 지역으로 번져 대전 정비업계도 분양일정을 연기하는 등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8일 정비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 서구의 재개발지역에서 무피 수준의 주택이 매물로 나왔고, 작년 대비 수천만원 상당의 프리미엄을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또 이달 대전지역에서 분양을 예고했던 서구 용문동 용문123구역(재건축, 가칭 '용문 더샵리슈빌' 2763세대) 분양이 9월로 변경됐다.

서구 탄방동 힐스테이트둔산(600세대) 오피스텔은 이달 중 분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분양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기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이달 대전지역 분양 물량은 4000세대를 웃돌 전망이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분양이 연기되면서 약 1500세대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하락과 '거래 절벽'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면서 분양 시장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올들어 미분양 매물까지 출현하면서 대전 부동산 경기 침체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6월 주택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2만7910호로 전월 대비 2.0% 증가한 가운데, 대전지역은 13.7%나 급증했다.

대전은 2018년 12월 1183호에서 2019년 12월 724호, 2020년 12월 638호, 2021년 12월 460호로 매년 미분양 주택이 감소했다. 

하지만 대전이 지난 5월 460호로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을 보인 이후 지난 6월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다.

'거래 절벽'으로 매물이 쌓여 대전 주택 매매거래량도 급감했다.

대전 주택 매매 거래량은 6월 1104호로 전월(1353호) 대비 18.4% 감소했다. 6월 거래량은 전년 동월(2018호) 대비 45.3%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1주(8월1일 기준) 주간 전국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은 매물 적체가 계속된 가운데 전주와 같은 하락폭(-0.10% → -0.10%)을 보였다.

이와 관련, 부동산원은 "대전 아파트 가격은 매물이 적체되면서 서구가 도마동‧도안동 위주로, 유성구가 상대적으로 고가 인식이 있는 봉명동‧상대동 일부 단지 위주로 하락하며 전체 하락세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정비업계는 대전지역은 아직까지 분양시장이 활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정비사업협회는 한 관계자는 "최근 대전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의 경쟁률이 높았다"며 "타 지역에서 아파트 미분양이 나오고는 있지만 대전지역은 아직도 분양시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전에 올 초 기준 130여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이라며 "대전은 현재 대형 시공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재개발 재건축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이와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전지역이 작년까지만 해도 청약 불패 지역인 건 맞다"며 "하지만 올해 초부터 미분양이 나오면서 청약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 대출 규제로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입지가 우수한 단지 분양 외에는 미분양 사태는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양가가 적정한지 확인하고 현장을 방문해 주변 시세 등을 꼭 따지는 등 청약에 신중을 기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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