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충남일보 김인철 기자] 미국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현안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다소 꺾이는 분위기다.

당초 윤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두 예상치에 벗어난 때문이다.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각각 강제징용 배상 문제나 IRA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최고위급에서 논의하는 기회를 찾고자 했던 윤 대통령은 그러나 기시다 총리와의 대면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끝에 정식 회담이라고 보기 어려운 형태로 이뤄졌고, 바이든 대통령과 만남도 미측 일정 등 문제로 몇 차례의 짧은 환담에 그쳤다.

외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어렵게 성사된 한일 정상 회동에서는 현재 양국 간 최대 난제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서면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당국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고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하고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필요성을 공유했다"며 "지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포함해 현재 진행되는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하는 것에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의 발표로 볼 때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외교당국 협의를 계속하자는 '원칙'에는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양국 모두 '현안'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이견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위기는 이번에도 감지되지 않았다.

특히 일본 정부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해온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한일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에 일치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등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정식으로 마주 앉아 한국의 요구를 전달하는 형식은 갖추지 못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런던에서 개최된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최 리셉션과 뉴욕에서 개최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바이든 대통령 내외 주최 리셉션에 참석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미 행정부가 인플레 감축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계속해서 진지한 협의를 이어가자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론적이긴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국의 우려를 언급하며 진지한 협의 의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이뤄진 환담이 얼마나 해법 찾기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IRA 전기차 세액공제 개편 내용 중 한국 기업에 차별적 요소를 해소하려면 법을 개정하거나 하위 지침(가이드라인) 마련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내 미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항을 주요 치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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