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유성경찰서 시민청문관 정헌영
대전유성경찰서 시민청문관 정헌영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중학생 딸을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의 이야기다. 누가 안 봐도, 아무도 몰라도, 내가 목격자이고 나를 속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길복순. 영화 ‘길복순’을 통해 방치했던 나의 양심을 깨워본다.

“아무도 모르면 그게 아무 일도 없는 거야 거짓말은 끝까지 뻔뻔하게 그게 거짓말인지 알고 있는 사람한테도 끝까지” 길복순의 보스이자 청부살인 업체 대표인 차민규는 세상 모두를 속이면 진실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대안적 사실의 신봉자다.

그는 청부살인에도 일종의 도덕적 룰이 존재해야 한다며 규칙을 만든다. 그러나 본인은 예외다. “저는 규칙을 어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규칙이니까요” 규칙은 힘 있는 사람이 만들고 그 규칙은 그 사람을 더 힘 있게 만들어준다.

반면 길복순의 생각은 다르다. “끝까지 잡아뗀다고 비밀을 아는 사람을 없앤다고 이미 일어난 일이 없어지지는 않아요 그리고 내가 아는데 쪽팔리잖아요. 나한테” 세상 다 속여도 내가 알기에 쪽팔리다는 길복순. 그녀는 이 시대의 살아있는 양심인 걸까?

언론을 보면 길복순 보다 차민규가 더 많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거짓말은 끝까지 뻔뻔하게 그게 거짓말인지 알고 있는 사람한테도 끝까지” 힘 있는 거짓이 힘 없는 진실을 뒤덮는 세상이다.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음주운전, 금품수수, 성비위,갑질 등 공직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의무위반행위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잘못인지 아닌지 본인이 제일 잘 알면서도 아무도 모르면 그게 아무 일도 없는 일이 되는 걸로 착각한다.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중국 후한시대에 양진이라는 청렴결백한 관리가 있었다. 하루는 부하가 찾아와 그에게 뇌물을 주며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걱정 마시고 받아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라고 호통치며 돌려 보냈다고 한다.

결국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이 이야기도 200년이 지나서 쓰인 후한서에 기록돼 있는 것을 보면 양진의 현명한 처세가 정답이었다.

내가 알기에 자신에게 쪽팔리다는 길복순. 그녀의 딸 재영이 말한다. “무단횡단하면서 교통질서 잘 지키라고 하면 퍽이나 설득력이 있겠다”

모든 공직자를 향한 국민들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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