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책략(策略)이란 어떤 일을 도모하거나 처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것은 어떤 이를 해치려고 속임수를 쓰거나 일을 꾸며내는 모략(음모)과는 구별돼야 하며 ‘계획’이나 ‘전략’ 또는 ‘계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일을 맡아하는 사람을 책사(策士), 또 카운슬러(Counselor)라고 한다. 오랫동안 세월의 검토를 거쳐서 숙성된 고전(古典)에는 다음과 같은 선한 해결방법들이 전해온다. 고금동서(古今東西)로 우리의 지식(지혜)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몇 가지 지혜의 해결책들을 찾아보려 한다. 

①“가인어월이구익자(假人於越而救溺子)”란 말이 있다. ‘물에 빠진 아이를 멀리 월나라에 사는 사람을 데려와서 구한다’는 뜻으로 생각이나 하는 일이 아무리 기발하고 훌륭해도 때(time/機會)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②<서경>의 군진편(君陳篇)에는 주공(周公)의 말이 전해온다. “무릇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바람(風)이고, 백성은 풀(草)이다. 그대는 정치를 함에 있어서는 곤란한 경우와 힘든 경우도 겪게 될 것이다. 없애야 할 것과 시작해야 할 것에 대해 먼저 주위의 의견을 물어보고(여론조사) 실시하되 반드시 그들의 의견이 일치(접근)할 때에만 시행하도록 하라. 또한 그대에게 좋은 의견이나 계책이 있다면 빨리 궁궐로 들어가 왕에게 알려드려라. 그러고 나서 사람들에게는 이 양책(良策)은 우리 임금의 덕(德)이다. 라고 말하라. 신하(참모)된 자가 이렇게 처신할 때 왕의 이름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자신이 충분히 왕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조카인 왕(成王)을 올바르게 보좌한 주공(周公)의 계훈(誡訓)답다. 조선시대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된 수양대군과 정반대의 모범 신하다.

③“시장(市場)은 아침에 사람들로 붐비다가 저녁이 되면 텅 빈다. 이는 사람들이 아침에는 시장을 좋아했다가 저녁에는 미워하기 때문이 아니다. 구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모이는 것이요, 필요한 것이 없으니까 떠나는 것이다.”(市朝則滿夕則虛/ 非朝愛市而夕憎之也/ 求存故往無故去).

④“말이 사슴처럼 생겼으면 천금의 값이 매겨진다. 그러나 천금이 나가는 말은 있으나, 천금이 나가는 사슴은 없다. 그것은 말은 사람에게 쓸모가 있지만, 사슴은 사람에게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馬似鹿者而題之千金/ 然而有千金之馬而無千金之鹿者/ 馬爲人用而鹿不爲人用也). 

⑤“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현악기의 줄을 매는 것과 같다. 굵은 줄만 생각하고 세게 매면 가는 줄들은 끊어지고 만다.”(治國者譬若乎張琴然/ 大絃急則小絃絕矣). 정치와 행정의 요령에 대해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조심해서 뒤집듯 하라는 말도 있다. 사람을 다루는 것은 직선으로만 가선 안 된다. 때로는 돌아가기도 하고 후진도 해야 된다.

노자 도덕경에는 항상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가르친다. 우리 몸의 부품 중 가장 단단한 이빨(齒)이 가장 부드러운 혀(舌)보다 먼저 망가진다. 노자의 스승 상용(相容)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제자에게 일러준 진리이다. 그래서 유도(柔道)는 부드럽게 굴신해야 이기고, 공격보다 앞서 낙법(落法)부터 배워야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집권당이 국민에게 너무 강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의 수염을 잡아당길 때, 그 할아버지는 어린 손자에 대해 복싱선수처럼 격투를 벌이지 않는다. 겨울 엿가락처럼 굳어지지 말고 여름 엿가락처럼 약간 흐느적거리는 것이 보기에도 어른스럽고 여유가 있어 안심이 된다. 이겨놓고 지는 게임은 얼마든지 있다. 경쟁에서 이겼지만 소득이 없다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뼈만 남은 고기와 뭐가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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