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법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박현철/법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유림공원 산책 중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바쁘다는 핑계로 술 한 잔, 밥 한 끼 못 하고 지나온 시간이 십 년, 아니 그 이상 되는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잘생긴 얼굴로 인기가 참 많은 녀석이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상당히 피로해 보였다. 돌아오는 길 아내는 "지수도 아들 둘 키우다 보니 많이 늙었네" 하고 웃음 지었지만 필자는 요즘 교사와 관련된 기사들 때문인지 "학생들, 학부모들 상대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수는 대전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했다. 교사가 되었다는 소식에 필자는 예전을 떠올리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불량학생들은 아니었으나 우리는 담임 선생님 말씀을 참 안 들었고 하루는 얼마나 선생님을 분노케 했는지 토요일 하교시간 이후 남아 몇 시간을 맞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안주거리로 하는 이야기지만, 요즘 학교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지수는 2023년의 우리를 어떻게 교육하고 있을까.

최근, 젊은 교사들은 죽음으로 교권 침해 현장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학생들의 일탈이 나의 학창시절과 그 양태가 다르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자주 접하기도 하였고, 학부모들의 반복되는 민원이 도를 넘었다는 기사도 수시로 접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닥친 암울한 상황을 해결할 방안이 없는 젊은 선생님들의 좌절은 그들을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끌었을 것이고 필자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숙연해졌다.

교사들은 분노했고, 관련 기관들도 서둘러 입법과 제도 변화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기에 어떠한 방향이나 의견을 제시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오늘 필자의 짧은 경험과 소회를 공유해 볼까 한다.

2년 전 쯤이었을까. 교육청에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들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하였는데, 부담 갖지 말고 한 시간 정도 편히 강의를 해 주면 된다고 했다. 필자는 흔쾌히 수락했고 며칠을 열심히 준비해서 강의를 갔다. 그날의 강의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필자는 학생들의 질문은 아직까지도 선명히 기억한다.

세 아이정도가 질문을 했는데 "변호사로서의 삶을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보면 고용불안이 없는 기업에의 취업, 그리고 부동산 자산 취득을 통한 노년 준비가 더 나은 것이 아닌지", "변호사라는 직업의 평균적인 수입과 실질적인 노동 가동 연한은 얼마나 되는지", "AI 개발과 시장 예측은 어떻게 하는지“ 였다.

혀를 내둘렀다. 20년 전 필자의 모습을 상상하고 들어온 것이 패착이었다. 학업능력이 유별나게 우수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둔 반도 아니었고 그런 학교도 아니었다.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혜안과, 그들이 삶을 바라보는 진지함에 필자는 감탄했다.

"학교는 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더이상 가르침의 대상이 되어 수동적으로 남아있지 않았고, 이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 역시 이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직접 느낀 그 변화의 힘을 믿고 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건을 마주했으나, 우리는 또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사건들 이후 일부 집단들에 대한 분노와 불신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쉽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인권 신장이 교사들의 교권 침해를 유발했다거나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대한 처벌 혹은 학생들에 대한 징계 강화만이 답이라는 식의 대응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문제의 대상을 특정하여 분노하고 지탄하기보다는 지금도 어디선가 좌절을 마주한 학생, 선생님을 찾아 지켜주려 해야 할 것이다. 이 변화의 아픔이 오래가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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