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대전경실련 상임공동대표

시민단체의 가장 큰 어려움인 열악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로 연말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의 ‘후원의 밤’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후원의 밤’을 통해 재정적인 문제를 조금이라도 덜고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시민단체의 재정 상태는 극도로 열악하다. 일반 회원의 회비로 운영하고 있는데 지방 시민단체는 정액 회비 납부 회원이 천 명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기본적인 사업경비 충당은 물론 사무실 운영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단체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더 큰 금액의 빚을 지고 있는 곳도 있다. 시민단체에 ‘후원의 밤’ 행사는 이 같은 누적된 빚을 해소할 기회가 되는 것이다. 시민운동의 현장에 있는 대표로서 늘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이다.

시민단체가 ‘후원의 밤’ 행사를 통해 지난 1년간의 활동을 평가받고 회원들과 한자리 모여 발전적인 방안을 논의하며 단체의 활동을 알려 신입회원을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주 목적은 행사 제목에서 나타나듯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있다. 그런데 문제는 행사를 통해 모금되는 후원금 규모가 갈수록 줄고 있다. 신입회원 확보를 통한 회비 수입이 답보를 보이는 마당에 한 가닥 희망이었던 ‘후원의 밤’ 행사 후원금마저도 줄고 있으니, 시민단체의 처지에서는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난감하다.

가장 좋은 것은 ‘후원의 밤’ 행사를 안 하는 거다. 알면서도 매년 연례행사로 후원의 밤을 개최하는 시민단체도 스스로 곤욕스럽고 후원금 모금 요청을 하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픈 심정이지만 그런데도 현실은 ‘후원의 밤’ 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재정 탓에 상근활동가의 활동비마저 최저임금 수준으로 겨우 맞추거나 심지어 연체되기도 하는 현실에 ‘후원의 밤’ 행사를 통해 1년을 정산하는 정도이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시민단체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은 누구 탓할 처지가 못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민참여가 없는 시민단체이기에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후원의 밤’을 통해 걷어지는 후원금보다는 매월 단돈 5000원 1만 원의 CMS 회원이 수천 명이 된다면 세상을 바르게 바꾸는 시민단체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현재 여건은 매달 정액 정기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이 천 명도 안 되는 시민단체가 대부분이니 어쩔 수 없이 연말에 ‘후원의 밤’ 행사라도 열어 어려운 재정을 메꾸는 면목 없는 후원을 받고 있다.

국가와 자치단체는 물론 기업을 견제·감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후원의 밤’을 통해 초청장을 보내고 후원금을 받는 것에 대하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기업의 후원은 기업이 이윤의 사회적 환원의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매년 반복적으로 열린 시민단체 ‘후원의 밤’ 행사는 일반 시민보다는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가 대다수 참석하여 서로 품앗이하듯 주고받는 행사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제는 일반 시민의 참석을 유도하여 그들이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고 나아가 지속적인 후원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행사의 취지가 되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견고하게 서기 위해서는 후원의 밤을 열어 일회성 후원금 모금에서 벗어나 제목을 바꿔 ‘회원 감사의 밤’을 열어야 한다. 회원으로 참여하여 변함없이 후원한 회원을 모셔 1년간 활동해온 성과를 보여 드리고 후원자가 스스로 시민단체에 후원하기를 잘했다는 자긍심이 들게 함은 물론, 새로운 회원 모집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즐기고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행사로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는데 가장 선봉에 서서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두려움 없이 시민이 광장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준 시민단체가 이제는 더 깊숙이 시민 곁으로 다가가 시민이 없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연례행사로 갖는 ‘후원의 밤’을 하지 않고서도 시민참여 회원의 회비로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어 시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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