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한남대 총동문회장·(전)대전대신고 교장
박영진/한남대 총동문회장·(전)대전대신고 교장

잉크 냄새가 짙은 신문을 펼쳐 들면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살갑게 와닿는다. 그리고 활자 속에서 움직이는 우리 대전의 활기찬 모습과 반가운 소식을 접할 수 있어 언제나 지역신문을 먼저 펼쳐 든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도 지역 뉴스를 듣고서야 자리를 뜬다.

한동안 지방신문들이 중앙지와 톱뉴스를 맞추느라고 안달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제 빛깔을 잃고 남의 것을 흉내 내려는 몸부림이 안쓰러워 아예 지방신문을 읽지 않고 지내기도 했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중·고등학생들 가운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한 채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는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리고 우수한 인재들이 명문 학교를 찾아서 외지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 대전은 교육도시이면서 국토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과학도시가 아닌가. 

학교는 공부몰이만 하면서 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징계를 단행하는 처벌기관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이다. 문제아라고 해서 마구 찍어내면 그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서 어떤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가라는 것인가. 해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타지에 있는 명문 고등학교를 찾아 지역의 인재들이 대전을 떠난다는 소식은 우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열다섯 살이 갓 지난 어린아이들이 부모 형제와 친구들을 뒤로 하고, 외지에 나가서 혼자 생활하며 학업을 이어가는 것은 개인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할 미성년자들을 외지로 보내놓고 걱정하는 부모와 가족들의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개인의 건강이나 가정의 행복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지역사회 관리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전의 백년대계를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자신이 원하면 인문계열이나 특성화 계열의 문호를 개방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교육 기회를 잃은 아이들은 대안학교를 통해서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

또한 우수한 학생들은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통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제고시킬 수 있는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명문 학교에 진학시켰다는 욕심을 채우기보다는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청소년 시기를 보내면서 인격을 형성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학 입학시험에도 지역 인재를 뽑는 특별전형 제도가 있다. 지역 학생들을 일정한 비율로 우선 선발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지역발전을 위해 두 손을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대전에 있는 의·약학 계열이나 법학, 공학 계열 대학에 수도권의 많은 학생이 내려와서 공부하고 서둘러 떠나갔다. 그러면 훗날 우리 지역에는 의료진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을 것이며, 외지에 있는 법조인이나 연구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마치 동맥경화에 걸린 사람과도 같다. 지방이 피폐하면 결국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온 산을 아름답게 장식한 단풍을 바라보면서 만추를 즐기는 것은 나무마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울긋불긋 곱게 물든 잎새는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를 가지고 조화를 이루기에 우리는 탄성을 자아낸다. 산이 아름다운 것은 뒤덮고 있는 나무가 보기 좋기 때문이고, 한그루 한그루가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가을 산을 찾는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 우리 지역사회를 아름답게 물들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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