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재/국가기상위성센터장
                                                           김윤재/국가기상위성센터장

올해는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난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이다.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나 조선시대 궁궐에 그려진 청룡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청룡은 생명이 시작되는 동쪽을 지키는 사신으로 우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왔다. 이 청룡처럼 우주에서 지구를 관측하고 기상현상을 감시하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활약하는 정지궤도 기상위성이 있다.

정지궤도는 지표로부터 약 3만 6천 킬로미터 거리의 적도면에서 정동쪽 방향으로 나가는 원형궤도를 말하며 이 궤도를 도는 위성은 위성의 공전 주기와 지구의 자전 주기가 같아 마치 위성이 지구 위에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정지궤도 기상위성은 구름 이동이나 대기 상태, 기상변화 등을 24시간 연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 정확한 기상 예측과 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다른 기상관측장비로 관측이 어려운 바다에서 발생하는 기상현상이나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기후의 변화를 감시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1호를 2010년에 발사하여 10여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하였다. 그 뒤를 이어 2018년에 발사한 천리안위성 2A호가 관측한 기상과 기후정보를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대 500미터 공간해상도와 16개의 관측 채널을 가진 천리안위성 2A호는 한반도와 주변의 동아시아 지역을 2분마다 관측함으로써 태풍,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을 신속하게 탐지하여 정밀한 위성분석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위성정보는 초단기 예보지원은 물론 일생 생활을 위협할 수 있는 황사, 안개, 산불과 같은 재해 대비와 복구 지원에 활용되며,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감시, 대응하는 데 이바지한다. 최근에는 위성정보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생산한 일사량, 토양수분, 자외선지수 등 기후정보까지 제공하고 있어 천리안 위성정보의 서비스와 활용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지궤도 기상위성을 개발해 운영하기 위해서는 위성체와 탑재체 개발의 높은 비용을 고려해야 하며 위성 운용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력, 위성자료의 처리와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우리나라·미국·일본 등 7개 국가만이 정지궤도 기상위성을 개발하여 운영 중이며, 우주의 한정된 정지궤도를 선점하고자 나라 간의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미 우리가 확보한 정지궤도를 유지하며 기상위성 관측과 자료제공 임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후속 정지궤도 기상위성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기상청은 2031년 발사를 목표로 후속 위성(천리안위성 5호)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천리안(天利安), 하늘에서 이로움과 안전함을 가져다준다는 뜻을 가진 위성의 이름처럼 한반도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기상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상위성 운영 기술력을 확보하여 맞춤형 위성정보를 제공하며 천리안 위성자료 활용을 위한 해외 사용자 교육이나 국제협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다른 관측장비의 한계를 보완하고 관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위성정보에 인공지능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가며 저궤도나 정지궤도위성 간의 융합 연구를 통해 기존 단일 위성정보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예로부터 청룡은 자연의 조화를 다스리며 나쁜 기운을 물리쳐 인간의 안전과 번영을 도와 우리 민족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기상청은 구름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청룡의 기세를 본받아 힘차게 도약하고자 한다. 올해도 기상청은 급변하는 날씨와 기후 위기로부터 국민의 안전 확보에 이바지할 정지궤도 기상위성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고품질의 위성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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