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지난 7일, 인천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가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전세 사기를 벌인 조직적인 범죄(사기죄)혐의를 적용,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먹는 것, 입는 것과 함께 생존 기본 요건인 주거환경을 침탈한 중대 범죄인 데다, 관련된 피해 청년 4명을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가나 사회가 피해를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재범 우려가 크다”고 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기죄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로 법률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사기를 당한 전 세입자는 평생 모은 돈에다 대출까지 받아 집을 구했던 사람들이다. 근저당권 설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중개업소는 ‘주인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어 1억 원도 안 되는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마음을 놓게 했다. 

사기범 일당은 토지매입이나 건설 비용은 금융권에서 조달하고, 피해자들에겐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싸게 임대하는 수법을 썼다. 그러곤 빚을 안 갚아 집이 경매에 넘겨졌다. 알고 보니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가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벌인 조직적인 사기였다. 

남 씨와 함께 공범 9명은 공모하여 피해자 191명을 속여 전세보증금 148억 원을 받아 가로채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형사처벌만으로는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가 없었다. 당장 경매가 낙찰되면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고 거리에 나앉을 판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 대책을 쏟아냈지만 피해자들에게 와닿는 건 아무것도 없다. 형법상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나 남 씨처럼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르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어 15년이 최고 형량이다. 

인간의 기본권인 주거권과 생명까지 앗아가는 사기 범죄를 예방하려면 법정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 남의 재산을 가로채고, 목숨까지 앗아가고도 반성하지 않는 범죄를 방치하면 법치 사회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뿐 아니라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악질적이고 조직적인 사기 범죄를 엄하게 다스릴 양형 강화에 국회와 대법원이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특히 전세 사기는 서민들의 전 재산인 보증금을 가로채는 중대범죄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피해자 보호 제도뿐 아니라 양형 기준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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